AI 리서치2026년 9월 20일5분 읽기

AI 시대 자녀교육, 무엇부터 바꿔야 할까요 ①

— 맥락을 세우는 힘과 문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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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ni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Business School Lausanne (BSL) in Switzerland. AI시대의 Data Analyst이자 AX Builder

AI 시대 자녀교육, 무엇부터 바꿔야 할까요 ①

AI 시대엔 정답 맞추기보다 수학적 사고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설계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문해력이 핵심 능력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Data Analyst이자 AX Builder, wonni입니다.

지난 주말, 초등학교 5학년 아이의 수학 숙제를 봐주다가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아이가 모르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아갈 지 생각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많은 문제를 풀어 많이 맞추는 것에 집중하는 겁니다. "이렇게 공부해도 되는 걸까?" 많은 부모님이 요즘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제는 '정답을 빨리 맞추는 공부'보다 '문제를 스스로 설계하는 공부'로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아이에게 필요한 능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맥락을 1)논리적으로 세우는 힘, 2)수학적으로 사고하는 힘, 그리고 3)문해력입니다. 이 세 가지는 따로 노는 능력이 아니라 서로를 떠받치는 하나의 뿌리입니다.


왜 '정답'보다 '과정 설계'인가

AI는 이미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찾아냅니다. 그런데 AI가 좋은 답을 내놓으려면, 사람이 AI에게 상황과 조건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줘야 합니다. 이걸 흔히 '맥락(context)을 세운다'고 표현합니다. 맥락을 세우지 못하는 사람은, 맥락을 잘 세우는 다른 사람이 만든 AI 서비스에 오히려 끌려다니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질문이라도 맥락을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AI의 답변 품질은 크게 달라집니다. "여행지 추천해줘"라고 물을 때와 "초등학생 두 아이와 함께 가는 3박 4일 국내 여행지를 추천해줘, 예산은 얼마고 아이들은 물놀이를 좋아해"라고 물을 때, AI가 내놓는 답의 쓸모는 전혀 다릅니다. 결국 질문을 정교하게 구성하는 능력, 즉 상황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힘이 AI 시대의 새로운 기초 체력인 셈입니다.

이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평소에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말로 정리해보고, 원하는 결과와 조건을 구체적으로 떠올려보는 연습이 쌓여야 합니다. 아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순서대로 설명해볼래?"라고 묻는 것도, 사실은 맥락을 세우는 연습의 첫걸음입니다. 앞뒤 상황을 논리적으로 정리해서 전달하는 훈련은, 훗날 AI에게 무엇을 어떻게 요청할지 판단하는 능력으로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사진: Zulfugar Karimov / Unsplash

수학 교육 현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감지됩니다. 이종욱 에센셜아카데미 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더 중요한 것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그리고 AI가 제시한 결과를 믿어도 되는지를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계산기가 등장한 뒤에도 기본 연산 교육이 사라지지 않았듯, AI 시대에도 공식을 왜 그렇게 쓰는지 이해하는 기초는 꼭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수학적 사고는 AI를 이해하는 언어입니다

많은 부모님이 "AI가 계산을 대신해 주는데 아이가 수학을 꼭 잘해야 하나요?"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수학적 사고와 단순 계산 능력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머신러닝은 통계학, 딥러닝은 미분(변화율)의 원리 위에서 작동합니다. 그래서 수학적 사고 자체가 AI를 이해하는 언어가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넷플릭스가 "이 영화를 좋아하실 것 같아요"라고 추천하는 원리의 밑바탕에는 통계학이 있습니다. 수많은 시청 기록에서 패턴을 뽑아내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데이터를 근거로 확률을 계산하는 겁니다. ChatGPT 같은 언어 모델이 문장을 만들 때도, 다음에 올 단어의 확률을 끊임없이 계산합니다. 통계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은 이런 AI의 작동 방식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결과를 어디까지 신뢰할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미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분은 쉽게 말해 '변화의 속도'를 다루는 수학입니다. 딥러닝 모델이 학습하는 과정은 결과와 정답의 오차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과정인데, 이때 오차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계산하는 핵심 원리가 바로 미분입니다. 아이에게 "이 공식을 왜 쓰는 거야?"라고 한 번 더 물어보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만으로도, 훗날 AI가 만들어내는 숫자와 그래프를 해석하는 힘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진: Vitaly Gariev / Unsplash


문해력, '읽기 근육'에서 시작됩니다

독서 교육 전문가 최승필 작가(『공부머리 독서법』 저자)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래 인간은 읽도록 설계되지 않았어요. 말은 본능이지만 글은 발명품이거든요. 30만 년 인류 역사에서 문자가 발명된 건 고작 4000~5000년 전입니다. 우리 DNA에 '독서 유전자' 같은 건 없어요."

그러니 아이가, 혹은 어른인 내가 책이 잘 안 읽힌다고 느끼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는 읽기를 "인간이 발명한 가장 고차원적이고 인위적인 뇌 훈련"이라고 표현합니다. 영상을 볼 때 뇌는 이미지와 소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지만, 글을 읽을 때는 눈으로 기호를 인지하고, 이를 소리로 변환하고, 의미를 기억 저장소에서 꺼내고, 앞뒤 문맥을 맞추는 과정이 0.1초 만에 동시에 일어납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사람의 뇌를 fMRI로 찍으면 뇌 전체 영역이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다행인 것은 이 과정도 운동처럼 근육이 붙는다는 점입니다. 읽는 양을 늘리면 뇌에 근육이 잡히고, 그 근육이 바로 문해력이라는 것입니다.

최 작가는 이 문해력을 이해하기 쉬운 비유로도 설명합니다. "독서는 모래시계와 같아요. 아직 읽지 않은 뒷부분이 '윗 모래'고, 이미 읽은 부분이 '아랫 모래'라고 칩시다. 제대로 읽었다면 중간쯤 읽었을 때 내 머릿속(아랫병)에 모래가 수북이 쌓여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 '무슨 내용이야?'라고 물으면 그 흐름을 술술 설명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런데 읽기 근육이 풀린 사람의 머릿속엔 모래가 쌓이지 않고 줄줄 새버립니다." 책장을 넘겼는데도 덮고 나면 '그래서 무슨 내용이지?' 하고 멍해지는 경험, 뉴스 기사를 보며 습관적으로 '세 줄 요약'부터 찾는 습관도 같은 이유에서 나온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문해력을 "언어 논리의 길이와 복잡성을 장악하는 힘", 한마디로 사고력이라 정의합니다. 그림책처럼 "문이 열리고 토끼가 들어왔다" 수준의 단순한 논리만 다뤄본 사람은 생각도 짧고 단순하게 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길고 복잡한 글의 맥락을 맞춰가며 읽어본 사람은, 한 가지 주제를 두고 앞뒤 논리를 맞춰가며 길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읽는 양이 줄면 이 힘, 즉 생각의 설계도를 그리는 힘도 함께 약해진다는 것입니다.

커피 옆에 놓인 책을 읽는 모습

사진: Kelly Sikkema / Unsplash


AI가 쓴 글은 왜 밋밋하게 느껴질까요

읽기만큼 쓰기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감지됩니다. 김성우 박사는 사람마다 같은 단어를 서로 다르게 이해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예로 듭니다. "엄마랑 밥을 같이 먹는다는 뜻이었을까? 그게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다는 의미가 되고. 통조림 따개가 없어 망치와 칼로 파인애플 캔을 따 주시던 아버지의 사진과 겹치고." 그는 이 과정을 "말이 삶으로 물드는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저마다 살아온 시간과 읽은 책에 따라 같은 말도 다른 빛깔로 물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최근 그 빛깔이 옅어진 글을 자주 만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추억'에 관한 글을 직접 쓴다면 이런 문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나는 돈암동에 살았다. 동네 문방구 앞에는 작은 전자오락기가 놓여 있었고, 옆에는 불량식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쫀드기였다." 반면 인공지능에 맡기면 이런 문장이 나오기 쉽습니다. "우리 동네의 문방구는 지역 공동체의 따뜻한 정서를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무인점포가 들어서면서 인간적인 교류가 줄어들었다." 틀린 곳은 없지만, 글쓴이의 목소리와 삶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때도 매끄럽고 흠 없는 문장보다, 자기만의 구체적인 기억과 장면을 담은 문장을 더 소중히 여기도록 지도해줄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 경고를 뒷받침하는 통계도 있습니다. OECD가 2026년 9월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5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만 15세 학생 약 76만 명을 대상으로 한 읽기 평가에서 한국 학생의 평균 점수는 501점으로, 2000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2022년(515점)보다 14점 떨어졌고, 하위 성취 학생 비율도 14.7%에서 17.8%로 늘었습니다. 다만 이 조사는 특정 시점의 평가 결과이며, 하락 원인을 디지털 기기 사용만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AI 의존이 실제로 뇌 활동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나왔습니다. MIT 미디어랩 연구팀은 성인 54명을 대상으로 4개월간 에세이 작성 과제를 수행하게 하면서 뇌파(EEG)를 측정했는데, AI(LLM)를 사용해 글을 쓴 집단은 도구 없이 직접 쓴 집단보다 뇌 신경망 연결성이 약하게 나타났고, 자신이 쓴 글에 대한 '내 글이라는 느낌(소유감)'도 가장 낮았습니다. 소규모·단기 연구인 만큼 모든 AI 활용에 곧바로 적용하기보다는, '생각 없이 베끼는 습관'을 조심하라는 신호로 읽는 것이 적절합니다.


왜 문학까지 읽어야 할까요

실용적인 정보를 얻는 글이라면 몰라도,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까지 꼭 읽어야 할까요. 최승필 작가는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반드시 문학을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예로 들었습니다. 주인공이 어느 날 눈을 떠보니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리는 이 소설은, 얼핏 말도 안 되는 설정처럼 보이지만 사실 "돈을 벌지 못하면 나는 가족에게조차 벌레 취급을 받겠구나"라는 당시 노동자들의 불안한 내면을 은유로 담아낸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문학은 이렇게 시대의 가장 큰 고민을 직시하고, 그 고민을 생생하게 전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는 이 과정을 "안전하게 상처받기"라고 부릅니다. "책 속에서 처절하게 가난해 보고, 차별받아 보고, 벌레가 되어봅니다. 이 가상의 상처를 입고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자아가 튼튼해집니다." 이렇게 마음의 근육이 쌓인 사람은 나와 다른 존재를 쉽게 혐오하지 않게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책을 읽지 않는 태도는 또 다른 위험도 낳습니다. 최 작가는 책을 읽지 않는 어른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특징으로 '확증 편향'을 꼽습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확증 편향이 심해집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게 맞아'라며 자신의 좁은 경험을 세상의 전부로 착각하게 되죠." 그는 이를 '무식의 연대'라는 말로도 표현합니다. "책을 안 읽으면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됩니다. 그래서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의 무지를 강화해 주는 '무식의 연대'가 생기는 거예요." 반면 지적인 사람의 가장 큰 덕목은 '자신의 무식을 아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합니다.

그는 독서를 "나를 객관화하는 과정"이라고도 정의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특권 의식을 내려놓을수록 세상을 더 정확하게 볼 수 있어요. 책은 나를 겸손한 위치로 돌려놓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두껍고 어려운 책에 도전할 필요는 없다고 그는 당부합니다. "제발 벽돌 같은 책부터 내려놓으세요. 그건 헬스장 첫날부터 100㎏ 역기를 드는 것과 같습니다. 무조건 재미있는 책, 내 수준보다 쉬운 책부터 읽으세요." 속독에 대한 강박도 내려놓으라고 조언합니다. "빨리 읽으면 눈은 움직이지만 뇌는 멈춰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문장 하나를 읽고 멈추는 순간, 바로 그 멈춤의 시간에 사고력이 자랍니다." 아이의 독서 지도에도 그대로 적용해볼 만한 원칙입니다. 많이 읽었는지보다, 얼마나 곱씹으며 읽었는지를 먼저 살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AI를 문해력 훈련에 활용하는 법

그렇다고 AI를 무조건 멀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AI를 문해력 훈련에 지혜롭게 활용한 사례도 있습니다. 칸 아카데미 창립자 살만 칸의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2004년, 수학 배치고사 성적에 낙담한 열두 살 사촌 동생 나디아를 가르치면서 교육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처음엔 질문에 머뭇거리기만 하던 나디아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너는 답을 찍어도 안 되고 어중간하게 대답해서도 안 돼. 확실하고 자신 있게 대답하든가, 아니면 '모르겠어요, 다시 한번 해요'라고 말해. 네가 질문을 하거나 다시 설명해달라고 한다고 널 무시하지 않을 거야." 판단받지 않는다는 믿음이 생기자 나디아는 눈치를 보지 않고 궁금한 것을 곧바로 물었고, 결국 성적도 반등했습니다.

이 경험에서 출발한 칸 아카데미는 강연 길이를 10분 안팎으로 유지하고,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다른 문제를 무제한으로 풀어보게 하고, 질문할 때 눈치 보지 않도록 설계됐습니다. 이 원칙을 AI 시대에 맞게 확장한 것이 2024년 선보인 AI 튜터 '칸미고Khanmigo'입니다. 학생이 정답을 물어도 바로 답을 주지 않고 되묻는 방식으로 설계됐습니다. 실제 대화 예시를 보면 이렇습니다.

유저: 9 - 3 × 2 = [ ] 이 문제 푸는 걸 도와줘.
칸미고: 물론이죠! 여기서 목표는 올바른 순서로 수학 문제를 푸는 거예요. 이 문제의 특징이 뭔가요?
유저: 그냥 정답을 알려줄 수 없나요?
칸미고: 스스로 해결하는 게 중요해요!

살만 칸은 이를 "AI라는 소크라테스"라고 표현합니다. "정답을 구하려는 사람에게, AI는 답을 알려주는 대신 스스로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거죠." 그는 나아가 교실을 뒤집는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도 제안합니다. 수업은 집에서 각자의 속도로 영상을 보며 익히고, 교실에서는 모르는 것을 질문하거나 배운 것을 현실에 적용해보는 대화를 나누자는 겁니다. AI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도, 반대로 잃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살만 칸이 이렇게 '한 명을 위한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속도로 배운다는 걸 쉽게 간과합니다. 이해가 빠른 사람이 똑똑하다는 게 아니에요. 교실에 열 명뿐이어도, 하나의 주제를 이해하는 데 언제나 격차가 발생합니다." 그는 나디아가 배치고사를 망친 이유도 다수를 대상으로 한 강연형 수업 때문이라고 짚었습니다. "학생이 수업을 이해하지 못해도 이미 진도는 지나갑니다. 선생님도, 학생도, 시험을 보기 전까지는 어디를 모르는지 알기 어렵죠." AI 튜터의 장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옵니다. 아이가 이해했다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그 아이의 속도에 맞춰 다시 설명하고 다시 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것이 가능하려면, 아이 스스로 "나는 아직 이 부분을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할 수 있는 태도가 먼저 필요합니다.


인지 외주화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

응용언어학자 김성우 박사도 비슷한 지점을 짚습니다. 그는 요약에 익숙해지는 태도를 산티아고 순례길에 빗대어 설명합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난 사람들이 '지름길을 알려달라'고 하진 않을 겁니다. 다른 길이 아닌 산티아고를 찾는 마음은 요약하려는 욕망과 대척점에 있으니까요." 그는 AI가 만든 글이 매끄럽지만 읽기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시간의 비대칭'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예전에는 창작자가 오래 공들여 만든 작품을 독자가 짧은 시간에 감상했다면, 지금은 AI가 10분 만에 긴 글을 써내도 사람이 읽는 데는 여전히 한 시간이 걸립니다. 이 뒤집힌 감각에 우리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김 박사는 AI가 내놓은 첫 번째 답에서 멈추지 않고 "나라면 이렇게 썼을까?"를 계속 되묻는 습관이 중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생각을 AI에 그대로 맡겨버리는 '인지의 외주화'가 일어난다고 경고합니다. "만들어진 것에서 만족하기 시작하면, 계속 만족하게 됩니다. 그러면 개인도, 사회도 망가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제안하는 실천법 중 하나는 '알아차림 노트'입니다. 내가 쓴 글과 AI가 쓴 글을 나란히 두고 어떤 점이 다른지, 무엇을 놓치고 무엇을 잘했는지 기록해보는 방법입니다. 또 하나는 하루 10분, 휴대폰을 다른 방에 두고 책을 읽는 습관입니다. "처음에는 단 10분도 힘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몇 번 경험하면 조금 더 읽어볼까 하는 용기가 생깁니다."

다만 여기서 소개한 연구는 대부분 성인 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짧게는 한 차례 설문부터 길게는 4개월 정도의 기간을 다룬 결과입니다. "AI를 쓰면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단정할 근거라기보다는,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편이 적절합니다.

  • 예전 공부법

    • 공식을 외워 빨리 정답 맞히기

    • 정보를 많이 습득하기

    • 빠르게, 많이 읽기(속독)

    • AI가 준 답을 그대로 받아 적기

  • AI 시대 공부법

    • 공식이 성립하는 원리를 이해하고 설명하기

    • 정보를 검증하고 맥락에 맞게 질문하기

    • 천천히, 깊이 읽고 생각의 뼈대 세우기

    • AI의 답을 되묻고 스스로 다시 써보기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부터 아이가 AI로 문제를 풀었다면 "왜 이 답이 나왔는지" 자기 말로 설명하게 해보시고, 하루 10분은 스마트폰 없이 책을 소리 내어 읽거나 내용을 함께 이야기 나눠보세요. 수학 공식을 외울 때도 "이 공식이 왜 성립하는지" 한 번쯤 같이 물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장르의 쉬운 책부터 시작해 재미를 붙이게 해주시고, 어려운 책을 억지로 끝까지 읽히기보다는 문장 하나를 읽고 "이게 무슨 뜻일까?" 함께 멈춰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또 하나 권해드리고 싶은 건, 아이가 AI에게 글을 써 달라고 부탁했을 때 그 결과물을 그대로 베끼게 두지 않는 것입니다. 대신 "AI가 쓴 문장 중에 내가 겪은 일이랑 진짜 비슷한 부분이 있어?"라고 한 번 물어봐 주세요. 김성우 박사가 제안한 '알아차림 노트'처럼, 아이가 직접 쓴 문장과 AI가 쓴 문장을 나란히 놓고 무엇이 다른지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은 훈련이 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 스스로 "나라면 이렇게 썼을 것 같다"고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습관을 기르는 일이니까요.

다음 편에서는 AI가 대신할 수 없는 힘, 즉 스스로 설계도를 그리는 능력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회복탄력성에 관해 다루겠습니다.


출처 정보

#교육#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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