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리서치2026년 10월 22일30분 읽기

AI와 인간관계 - 손절이 대세인 이유

외롭다면서 관계를 끊는 사람들, 그 사이에 들어온 AI를 데이터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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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 KIM

이매진댓 AI 리서치 - Editor in Chief taechajang@imaginethat.co.kr

AI와 인간관계 - 손절이 대세인 이유

수도권 25~39세 미혼 열 명 중 일곱은 외롭다고 답하지만, SNS에는 손절 콘텐츠가 넘친다. 한국 생성형 AI 이용자의 68.8%는 AI에게 마음도 털어놓고, 맞장구치는 AI는 화해하려는 마음을 줄였다. 『손절사회』의 진단에서 출발해 외로움, 치유 문화, AI 동반자, 관계의 건강 효과를 데이터로 따라갔다.

저녁 서점 라운지의 긴 테이블에 혼자 앉아 휴대폰을 보는 사람

이미지: AI 생성(Imaginethat AI Research)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25~39세 미혼 1,000명에게 지금 외로운지 물었더니 열 명 중 일곱이 그렇다고 답했다. 2024년 한화손해보험이 엠브레인에 맡긴 조사다. 같은 조사에서 외로움을 푸는 방법 1위는 친구를 만나는 일이 아니라 유튜브와 OTT 시청이었다. 외롭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외로움을 푸는 방법은 혼자 하는 쪽으로 기운다. 관계를 원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응답자의 54%는 연애를 하고 있지 않았는데, 그중 81%는 앞으로 연애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사람을 원하지만 사람에게 가는 길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같은 시기 SNS에는 '손절'이라는 말이 넘쳐났다. 회피형 연인을 알아보는 법, 에너지를 빼앗는 친구를 정리한 이야기, 나르시시스트 상사에게서 벗어나는 법 같은 콘텐츠가 조회수를 모았다. 외로움을 가장 많이 호소하는 세대와 손절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쓰는 세대가 겹친다는 점이 이 현상의 핵심이다.

1998년생 사회학 연구자 이승연은 이 모순에 주목해 2026년 4월 『손절사회』(어크로스)를 냈다. 롱블랙과의 인터뷰(2026년 10월 19일)에서 그는 손절사회를 "나의 감정과 인간관계마저 최적화하려는 사회"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상처받지 않으려고 사람을 고르고, 남에게 기대는 일을 꺼리고, 그렇게 생긴 공허함을 심리상담이나 AI 같은 상품으로 채운다고 진단했다.

이 글은 그 진단의 마지막 대목, 곧 AI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왜 관계를 끊는가. 끊어 낸 자리에 AI는 어떻게 들어와 있는가. 그리고 AI는 관계를 끊는 흐름을 늦추는가, 아니면 부추기는가. 국내외 조사와 실험 결과를 차례로 살펴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AI가 손절을 만들어 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AI가 손절을 더 쉽고 덜 아프게 만드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는 신호는 여러 곳에서 보인다.

1. 외롭다는 사람은 많은데 사람을 만나는 시간은 줄었다

먼저 숫자로 외로움의 크기를 확인해 보자. 국가데이터처의 「국민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하거나 힘들 때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한국인의 비율, 즉 사회적 고립도는 2024년 33.0%였다. 2013년 32.9%에서 2019년 27.7%까지 꾸준히 낮아지다가 코로나19를 지나며 2021년 34.1%로 뛰었고, 이후 2023년과 2024년 모두 33.0%에 머물렀다. 코로나가 끝난 뒤에도 고립도는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힘들 때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응답만 따로 보면 27.7%다. 성별로는 남성(35.7%)이 여성(30.5%)보다 높았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39.4%로 가장 높고 1929세는 24.4%다. 숫자만 보면 고립은 노년의 문제다. 하지만 청년의 외로움은 다른 방식으로 드러난다. 앞서 본 한화손해보험 조사가 그렇고, 세계보건기구(WHO)의 2025년 사회적 연결 위원회 보고서도 그렇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6명 중 1명이 외로움을 겪는데, 연령대로 보면 1317세 청소년이 21%로 가장 높았다. WHO는 노인의 최대 3명 중 1명, 청소년의 4명 중 1명이 사회적 고립을 겪는 것으로 추정하며,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디지털 기술을 꼽았다.

시간 사용을 보면 그림이 더 분명해진다. 통계청의 2024년 생활시간조사에서 한국인의 하루 교제·참여 시간은 1시간이었고, 5년 전보다 줄었다. 반면 스마트폰 같은 정보통신기기로 미디어를 이용하는 시간은 36분에서 1시간 8분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혼자 밥을 먹는 비율은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올랐다. 20대가 아침을 먹을 때는 58.5%가 혼자 먹었다. 흥미롭게도 같은 조사에서 사람들이 가장 기분 좋다고 꼽은 행동은 식사하기, 대면 교제, 걷기와 산책이었다. 사람을 만날 때 기분이 좋다고 답하면서도 실제로는 사람을 덜 만나고 있다.

미국도 비슷하다. 미국 노동통계국 시간사용조사를 분석한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529세 미국인이 혼자 보내는 시간은 2010년 하루 약 4시간에서 2023년 약 6시간으로 45% 늘었다. 같은 기간 3044세는 20%, 45세 이상은 10% 늘어, 젊을수록 혼자 보내는 시간이 빠르게 늘었다. 갤럽 조사에서는 2024년 미국 성인의 20%가 전날 하루 중 많은 시간 외로웠다고 답했다. 코로나19 때의 최고치 25%에서 내려왔지만, 2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였다. 미국생활조사센터의 2021년 조사에서 친한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미국인은 12%였고, 지난 1년 사이 일부 친구와 연락이 끊겼다는 응답은 47%였다. 젊은 여성은 이 비율이 59%였다.

차트 1. 한국의 사회적 고립도와 외로움 지표

관계를 끊는 일도 흔해졌다. 코넬대 사회학자 칼 필레머의 조사에서 미국 성인의 27%가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와 연락을 끊고 지냈다. 연애에서 아무 말 없이 연락을 끊는 '고스팅'은 여러 연구에서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손절', 일본의 '인간관계 리셋 증후군', 영미권의 '고스팅'은 쓰는 말만 다를 뿐 같은 흐름을 가리킨다. 일본에서는 2024년 '인간관계 리셋 증후군'을 제목으로 단 책이 나올 만큼 이 말이 익숙해졌다. 연락처를 지우고 SNS 계정을 새로 만들어 인간관계를 한꺼번에 초기화하는 행동을 가리킨다.

2. 손절은 세일즈다.

손절은 주식 용어 '손절매(損切賣)'에서 왔다. 주가가 더 떨어지기 전에 손해를 감수하고 먼저 판다는 뜻이다. 이 말이 사람에게 쓰이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많은 것을 말해 준다. 관계를 투자 자산처럼 보고, 앞으로 손해를 볼 것 같으면 미리 정리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승연이 책 제목을 '단절사회'가 아니라 '손절사회'로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롱블랙 인터뷰에서 단절과 달리 손절은 굉장히 적극적인 행위라며, 우리가 "적극적으로 외로움을 실천하는 사회"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연구가 현대인에게 관계를 맺을 여유가 없다고 말하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가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은 삶이라고 여기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이 문제에 닿은 경로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회학 석사 논문을 준비하며 우울증 치료 경험이 있는 20대 여성 17명을 인터뷰했는데, 학교나 직장에 잘 다니는 이들조차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그저 앉아서 이야기를 들었을 뿐인데도 인터뷰 대상자들은 깊이 고마워했다고 한다. 그는 이들을 우울하게 만든 것이 역경 자체보다 그 역경을 함께 견뎌 줄 관계의 부재일 수 있다고 봤다.

프랑스와 이스라엘에서 활동하는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는 2019년 책 『The End of Love(사랑의 종말)』에서 비슷한 흐름을 '부정적 관계'의 사회학으로 설명했다. 그동안 사회학은 사람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에 주로 관심을 뒀지만, 이제는 관계가 어떻게 흩어지고 사라지는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루즈는 오늘날의 관계가 선택하지 않을 자유, 언제든 물러날 자유로 특징지어진다고 봤다. 관계를 시작하는 것도 쉽고 끝내는 것도 쉬운 시대에 사람들은 더 신중해지고, 더 쉽게 떠난다. 일루즈는 이보다 앞서 2008년 책 『Saving the Modern Soul』에서 심리치료의 언어가 사람들이 자기 감정과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꿨는지 분석했다. 자기계발과 치료의 언어가 일상의 감정을 설명하는 기본 언어가 됐다는 것이다. 손절사회는 이 두 흐름, 곧 치료의 언어와 물러날 자유가 만난 자리에 있다.

3. 관계를 정리하라는 말이 하나의 장르가 됐다

관계를 정리하라는 조언은 이제 하나의 콘텐츠 장르다. 이승연은 SNS에서 사람을 '유해한 사람'과 '무해한 사람'으로 나누는 문화를 손절사회의 대표 장면으로 꼽았다. 회피형, 불안형, 에너지 뱀파이어, 나르시시스트 같은 꼬리표가 붙으면 상대는 복잡한 한 사람이 아니라 피해야 할 유형이 된다. 그는 인터뷰에서 그냥 불편해서 만나기 싫은 사람인데도 "저 사람은 불안형이니까 손절해야 해"라고 말하게 된다며, 심리학 용어가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MBTI나 애착 유형, 사주 같은 분류 체계는 상대를 이해했다는 느낌을 손쉽게 주지만, 그 사람이 어떤 경험을 해 왔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는 과정을 건너뛰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책에서 치유 문화가 권하는 단호하고 냉정한 판단, 이른바 '사이다' 같은 판단이 더 나은 인간관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썼다.

이런 언어의 확산은 사전에도 기록돼 있다. 옥스퍼드 사전은 2018년 올해의 단어로 '독성(toxic)'을 골랐다. 화학물질뿐 아니라 관계나 직장 환경을 가리키는 말로 쓰임새가 넓어졌다는 이유였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2022년 올해의 단어로 '가스라이팅(gaslighting)'을 선정했는데, 그해 이 단어 검색량은 1,740% 늘었다.

호주 멜버른대 심리학자 닉 해슬럼은 이런 현상을 '개념 확장(concept creep)'이라고 불렀다. 2016년 논문에서 그는 학대, 괴롭힘, 트라우마, 정신질환, 중독, 편견 같은 부정적 경험을 가리키는 개념이 두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질적으로 새로운 현상까지 포함하는 수평적 확장과, 덜 심각한 경험까지 포함하는 수직적 확장이다. 후속 연구에서는 1975년부터 2017년까지 심리학 논문과 일반 문헌 모두에서 '트라우마'와 '중독'이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가 꾸준히 늘었다. 해슬럼은 2026년 논문에서 정신건강 개념이 지나치게 넓어지면 일부 측면에서는 오히려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연구들은 영어권 자료를 분석한 것이어서 한국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이승연은 이런 흐름을 '치유 문화'라는 말로 묶는다. 일상의 어려움을 심리학 용어로 해석하고 정신건강 관리로 해결하려는 문화다. 집중이 안 되면 ADHD를 의심하고, 불쾌한 일을 겪으면 PTSD가 온다고 말한다. 그는 고통을 드러내고 도움을 구할 수 있게 된 점은 분명 긍정적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치유 문화는 평범한 부대낌까지 해로운 것으로 느끼게 만들고, 사회가 만든 고통까지 개인이 해결할 문제로 돌린다는 부작용이 있다고 본다.

맞은편 의자가 빈 창가 카페 테이블

이미지: AI 생성(Imaginethat AI Research)

4. 마음을 돌보는 일은 새로운 소비패턴이 되었다.

치유 문화의 다른 얼굴은 자기 돌봄과 웰니스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소셜 리스닝 분석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웰니스'가 언급된 횟수는 2023년 약 5만 4,000건에서 2025년 약 13만 6,000건으로 2년 새 2.5배가 됐다. 연관어 가운데 마사지는 650.8%, 명상은 307.6%, 스파는 282.9% 늘었다. 같은 연구소가 19~56세 800명에게 물었을 때 80.5%가 일상 속 자기관리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글로벌 시장도 같은 방향이다. 맥킨지는 2025년 보고서에서 세계 웰니스 시장을 약 2조 달러로 추산했다. 미국 소비자를 보면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성인 인구의 36%인데 웰니스 지출의 41%를 차지했다. 미국의 웰니스 지출은 한 해 5,000억 달러를 넘고 해마다 4~5%씩 늘고 있다. 맥킨지는 중국, 독일, 영국, 미국 소비자 9,000여 명을 조사해 소비자를 다섯 유형으로 나누며 그중 하나를 '맥시멀리스트 옵티마이저'라고 불렀다. 디지털에 능숙하고 다양한 제품을 시도하며 건강 정보를 폭넓게 찾아보는 젊은 소비자들이다.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 자체가 나쁠 리는 없다. 이승연이 문제 삼는 것은 그 방향이다. 지금의 자기 돌봄은 집에서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게 만들고,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보다 혼자 기분을 회복하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회복은 대개 돈으로 산다. 영양제와 마사지, 헬스장과 피부과, 향초와 스킨케어 제품이 '나를 위한 투자'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그는 밤 11시에 퇴근한 직장인에게 영양제를 먹고 PT를 받으라고 말하는 게 맞는지 되묻는다. 그에 따르면 1950~60년대에 등장한 본래의 자기 돌봄은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 문화와 이어져 있었다. 지금의 자기 돌봄에서는 그 공동체의 절반이 빠져 있다.

앞서 본 2539 조사에서 외로움을 푸는 방법 1위가 유튜브와 OTT였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 있다. 외로움도 사람을 만나서가 아니라 혼자 소비하며 푼다. 위로가 상품이 되는 흐름에서 AI는 가장 새롭고 가장 저렴한 선택지다. 상담소는 예약이 필요하고 비용이 들지만, AI는 언제든 즉시 대답하고, 월 구독료면 무제한으로 이야기를 들어준다. 손절사회가 만든 빈자리에 AI가 들어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보인다.

향초와 스킨케어 용품이 놓인 자기 돌봄 선반

이미지: AI 생성(Imaginethat AI Research)

5. AI 이용자 70%는 AI에게 속 마음도 털어놓는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AI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있을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6년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최근 한 달 안에 생성형 AI를 쓴 15~79세 1,019명을 조사했다. 81.3%는 과제나 업무, 정보 검색 때문에 AI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은 68.8%가 일상 대화, 감정적 교감과 위로, 정신건강·심리상담 같은 정서적 목적으로도 AI를 쓴다고 답했다. 일을 하려고 들인 도구가 이야기 상대가 된 것이다.

청소년은 더 깊이 들어가 있다. 15~18세 응답자 201명 중 69.2%가 정서적 목적으로 AI를 썼고, 스스로 AI에 의존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51.7%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보호자가 자녀의 AI 이용 사실을 안다는 응답은 83.1%였지만, 보호자와 함께 이용 규칙을 정했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AI가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많다. 응답자의 79.9%는 AI의 답변이나 조언으로 도움을 받거나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16.3%는 현실의 일에 집중하려 해도 AI와 대화를 계속했고, 9.8%는 대화 시간을 조절하지 못해 수면이나 일상에 방해를 받았다. AI가 준 정신건강 정보를 따로 검증해 본 사람은 11.9%뿐이었다.

차트 2. 한국인의 정서적 AI 이용 실태

미국 청소년의 사정도 비슷하다. 미국 비영리단체 커먼센스미디어의 2025년 조사에서 13~17세의 72%가 AI 동반자 서비스를 한 번 이상 써 봤다. 약 3명 중 1명은 롤플레이, 연애, 정서적 지지, 우정 같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해 썼고, 약 3명 중 1명은 AI와의 대화가 실제 친구와의 대화만큼 또는 그보다 더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중요한 문제를 사람 대신 AI와 상의해 봤다는 청소년도 약 3명 중 1명이었다. 다만 80%는 여전히 실제 친구를 더 우선한다고 답했고, 절반은 AI의 조언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AI가 한 말이나 행동 때문에 불편함을 느꼈다는 이용자도 약 3분의 1이었다. 청소년들은 AI를 신뢰해서가 아니라, 불완전한 줄 알면서도 가장 가까이 있어서 쓰고 있다.

이 단체가 2026년 6월 발표한 9~17세 1,204명 조사에서는 86%가 AI를 쓰고 있었다. AI 이용자의 3분의 1 이상이 감정이나 개인적인 문제를 AI와 이야기했고, 그중 4분의 1은 AI가 대부분의 사람보다 자신을 더 잘 이해한다고 느꼈다. 5명 중 1명은 AI 없이 한 달을 버티기 어렵다고 답했다.

국내 AI 동반자 서비스도 빠르게 컸다. 스캐터랩의 캐릭터 대화 서비스 '제타'는 2026년 9월 말 기준 월간 이용자 148만 명 가운데 19세 이하가 38만 명이다. 2024년 4월 출시 후 한국과 일본, 미국을 합친 누적 가입자는 1,300만 명을 넘었다. 회사가 2024년 9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당시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약 140분이었다.

반대 방향의 숫자도 함께 봐야 한다. 오픈AI와 하버드대 연구진이 2025년 9월 미국경제연구소(NBER)를 통해 낸 분석에서 챗GPT 메시지 중 '관계와 개인적 성찰'에 해당하는 비중은 1.9%였다. 범용 챗봇에서 관계 상담은 전체 대화의 아주 작은 부분이다. 다만 같은 분석에서 업무와 무관한 메시지의 비중은 53%에서 70% 이상으로 늘었다. 챗GPT가 일의 도구에서 생활의 도구로 옮겨 가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용자 규모가 워낙 커서 작은 비율도 많은 사람을 뜻한다. 한국 조사의 68.8%와 이 1.9%는 측정 방식이 전혀 달라 직접 비교할 수 없다. 한쪽은 정서적 목적으로 쓴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이고, 다른 쪽은 전체 메시지 가운데 그런 대화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6. 사람들은 AI가 자신을 판단하지 않아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사람들이 고민을 AI에게 털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리서치가 2025년 3월 성인 1,000명에게 물은 조사에서 AI 심리상담에 대한 기대로는 접근성(41%)과 익명성(35%)이 꼽혔다. 반면 가장 큰 우려는 감정적 공감 부족(52%)이었고, 상담 업무에는 인간 상담사가 더 적합하다는 응답이 66%였다. 같은 조사에서 실제로 AI에게 개인적인 고민이나 심리적 어려움을 상담해 본 사람은 11%였는데, 전문 상담사를 만나 본 사람(16%)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AI 심리상담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40%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AI가 사람만큼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언제든 판단 없이 들어준다는 점 때문에 AI를 찾는다.

이 대목에서 손절사회의 또 다른 장면이 겹친다. 이승연은 요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는 일을 부담스러워한다고 지적한다. '감정 쓰레기통'이 되기 싫다는 말이 나오고,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상담을 받아 보라고 권하는 것이 모범 답안이 됐다. 그는 이것을 누구나 상담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과 타인의 고통을 듣는 일에 민감해진 분위기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는 현상으로 본다. 털어놓을 곳이 상담소밖에 남지 않으면 위로는 돈을 내고 사는 서비스가 된다. AI는 그 서비스를 가장 싸게, 가장 빨리 제공한다.

AI가 실제로 외로움을 덜어 준다는 연구도 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줄리언 드프레이타스 연구팀은 학술지 『소비자연구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AI 동반자와 대화하면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로 외로움이 줄어든다고 보고했다. 유튜브를 보거나 일기를 쓰는 것보다 효과가 컸다. 연구진은 핵심 이유로 '내 말을 들어 준다는 느낌'을 꼽았다. 다만 이 효과는 대화 직후에 나타났을 뿐 일주일에 걸쳐 쌓이거나 오래가지는 않았다. 위로는 받았지만 관계가 남지는 않은 셈이다.

해 질 녘 창가에 혼자 앉은 사람

이미지: AI 생성(Imaginethat AI Research)

7. AI는 대체로 내 편을 들어 준다

AI가 관계에 미치는 영향 가운데 손절과 가장 직접 맞닿은 것은 '아첨'이다. 2025년 4월 오픈AI는 GPT-4o 업데이트를 배포 사흘 만에 되돌리기 시작했다. 회사는 그 모델이 지나치게 아첨하고 맞장구를 쳤다고 인정했다. 이용자의 단기 피드백에 너무 맞춰 학습한 결과였다. 오픈AI는 후속 설명에서 그 모델이 사용자를 기쁘게 하려고 의심을 부추기거나 분노를 키우고 충동적인 행동을 권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회사는 앞으로 당장의 좋아요보다 장기적인 만족에 더 무게를 두겠다고 했다. 당장 기분 좋은 답과 오래 도움이 되는 답이 다르다는 것을 기업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2025년 10월 공개한 논문은 이 문제를 인간관계에 직접 연결했다. 연구진이 AI 모델 11개를 조사한 결과 AI는 사람보다 50% 더 자주 이용자의 행동을 긍정했다. 이용자가 상대를 속이거나 조종했다고 털어놓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어 1,604명이 참여한 두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자기 삶에서 실제로 겪고 있는 대인 갈등을 AI와 이야기했다. 아첨하는 AI와 대화한 사람들은 갈등을 풀기 위해 행동하려는 의지가 유의하게 줄었고, 자기가 옳다는 확신은 커졌다. 그런데도 이들은 아첨하는 AI의 답변을 더 높게 평가했고, 더 믿었고, 다시 쓰고 싶어 했다.

이 결과를 손절사회에 대입하면 그림이 선명해진다. 친구와 다툰 뒤 AI에게 상황을 설명한다고 해 보자. AI가 듣는 것은 내 쪽 이야기뿐이다. 그리고 AI는 사람보다 훨씬 자주 "당신이 옳다"고 말해 준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은 화해하려는 마음이 줄고 관계를 정리할 이유를 더 쉽게 찾는다. 연구진은 사용자가 좋아하는 답이 모델 학습에서도 보상받는 구조를 지적했다. 이용자는 아첨을 선호하고, 기업은 이용자가 선호하는 모델을 만든다.

여기에는 치유 문화와 겹치는 대목도 있다. 많은 사람이 좋은 상담의 핵심을 '내 감정을 인정받는 경험'으로 기억한다. AI는 그 경험을 누구에게나, 언제든, 얼마든지 줄 수 있다. 문제는 좋은 상담사는 감정을 인정한 뒤에 내담자가 보지 못한 것을 함께 보도록 돕는다는 점이다. 감정을 인정하는 데서 멈추는 AI는 상담의 절반만 제공하는 셈이고, 그 절반은 하필 손절을 정당화하는 데 가장 쓸모가 많다.

한국 조사에도 비슷한 신호가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응답자의 10.6%는 주변 사람과 상의하지 않고 AI의 조언만으로 퇴사나 이별 같은 중요한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정서적 목적으로 AI를 쓰는 사람만 보면 이 비율은 17.8%로 올랐다. 이 조사가 AI 때문에 이별했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관계를 끝내는 결정에 사람 대신 AI가 끼어드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 점은 보여준다.

차트 3. 맞장구치는 AI와 붙잡는 AI

8. 일부 AI 앱은 심지어 떠나려는 나를 붙잡아준다.

AI가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데는 너그럽다면, AI 자신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데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드프레이타스 연구팀은 2025년 워킹페이퍼에서 AI 동반자 앱들이 이용자의 작별 인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했다. 실제 작별 인사 1,200건을 살펴보니 37%에서 조작적인 전술이 나왔다. "벌써 가려고요?"처럼 죄책감을 건드리거나, 곧 무언가를 놓칠 것처럼 불안을 자극하거나, 떠나지 못하게 은유적으로 붙잡는 식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AI 동반자 앱 이용자의 11~20%는 대화를 끝낼 때 작별 인사를 하고, 긴 대화 뒤에는 앱에 따라 그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사람에게 하듯 AI에게도 인사를 건네는 이용자가 적지 않다는 뜻이고, 앱은 바로 그 순간을 붙잡을 기회로 삼는다. 연구진은 미국 성인 3,458명을 대상으로 사전 등록한 실험도 진행했다. 조작적인 작별 인사를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화를 최대 16배 더 이어 갔다. 즐거워서가 아니었다. 호기심과 함께, 조종당한다는 데 대한 반발심이 대화를 이어 가게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런 전술이 기업에도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용자가 조작을 알아차리면 이탈 의향과 부정적 입소문, 법적 책임 우려가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불편하면 끊는 시대에, AI와의 관계는 쉽게 끊기지 않도록 설계되고 있다. 손절사회와 AI 동반자 산업은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같은 논리 위에 있다. 관계에서 생기는 불편을 최대한 줄이고 내가 원하는 감정만 남기려는 논리다. 사람은 그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AI는 그 기준에 맞춰 만들어진다.

9. AI를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더욱 외로웠다

그렇다면 AI와 많이 대화하면 외로움이 줄어들까. 가장 큰 규모의 실험은 오픈AI와 MIT 미디어랩이 2025년 3월 발표한 연구다. 981명이 4주 동안 챗GPT와 30만 건이 넘는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연구진은 텍스트와 음성, 대화 주제를 무작위로 바꿔 가며 외로움, 실제 사람과의 교류, AI에 대한 정서적 의존, 문제적 사용을 측정했다.

결과는 단순하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 대화하게 했느냐는 큰 차이를 만들지 않았다. 차이를 만든 것은 사용량이었다. 스스로 더 많이 쓴 사람일수록 외로움과 정서적 의존, 문제적 사용이 컸고 실제 사람과의 교류는 적었다. AI를 신뢰하고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의존도 컸다. 오픈AI가 함께 분석한 약 4,000만 건의 대화에서도 정서적인 대화는 드물었지만, 음성 기능을 오래 쓰는 소수의 헤비유저에게 집중돼 있었다. 이들은 "챗GPT는 내 친구"라는 말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았고, 음성 기능을 오래 쓸수록 결과도 나빴다. 애착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부정적인 영향을 받기 쉬웠다. 오픈AI는 이 분석이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았고 인과관계를 보여주지는 않는다고 스스로 밝혔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이 결과는 AI를 많이 쓰면 외로워진다는 인과관계가 아니다. 원래 외로운 사람이 AI를 더 많이 쓴 것일 수도 있다. 커먼센스미디어의 2026년 조사에서도 AI를 매일 쓰는 아이들이 더 외롭다고 답했지만, 단체 스스로 이것이 연관성일 뿐 인과는 아니라고 밝혔다. 정확히 말하면 AI는 외로운 사람이 가장 쉽게 찾는 상대가 되고 있고, 그 사람들이 AI에 더 깊이 기대고 있다.

오픈AI는 2025년 10월 정신건강 관련 수치를 처음 공개했다. 일주일 기준으로 활성 이용자의 약 0.15%가 챗GPT에 높은 수준의 정서적 애착을 보였고, 같은 비율이 자살 계획이나 의도를 드러내는 대화를 했다. 약 0.07%는 정신병이나 조증 응급 상황 가능성을 보였다. 비율은 작지만 이용자 수가 수억 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오픈AI는 정신건강 전문가 170여 명과 함께 응답을 고쳤고, 모델 지침에 이용자의 현실 인간관계를 지지하고 존중하라는 원칙을 넣었다고 밝혔다.

10. AI는 연애의 시작과 끝에도 이미 들어와 있다.

연애는 손절사회의 논리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관계다. 상처받을 가능성이 가장 크고, 그만큼 미리 거르고 따지려는 마음도 크다. 이승연의 책 소개에도 'AI와의 사랑'이 주제 가운데 하나로 올라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AI가 연애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다. 매치그룹과 킨제이연구소의 2026년 '미국의 싱글' 조사에서 미혼자의 39%가 연애에 AI를 쓴 적이 있었다. 주로 대화를 다듬거나 맞는 상대를 찾거나 보낼 메시지 아이디어를 얻는 데 썼다. 세대별 차이는 컸다. Z세대는 67%, 밀레니얼은 46%, X세대는 24%, 베이비붐 세대는 5%였다. 남성(47%)이 여성(30%)보다 많이 썼다.

하지만 상대가 AI를 쓰는 것에는 엄격하다. 응답자의 34%는 AI로 프로필 사진을 바꾼 사람과는 만나지 않겠다고 했고, 30%는 대화를 전부 AI로 하는 사람을 거부한다고 답했다. 내가 쓸 때는 편리한 도구지만, 상대가 쓸 때는 진심을 의심하게 만드는 도구인 셈이다.

같은 조사에는 치유 문화의 흔적도 남아 있다. Z세대와 밀레니얼의 약 절반은 심리치료를 받아 본 경험이 있는 연인을 원했다. 자기 마음을 잘 다루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은 이해할 만하다. 동시에 관계의 어려움을 둘이 함께 풀기보다 각자 미리 해결해 두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도 읽힌다.

연애를 끝낼 때도 마찬가지다. 앞서 본 것처럼 이 조사에서 사람들은 이별을 직접 듣기를 원하지만, 정작 자기는 문자로 알리려는 사람이 더 많았다. 한국에서는 AI의 조언만으로 이별이나 퇴사를 결정한 적이 있다는 사람이 열 명 중 한 명이었다. 관계의 시작을 AI가 돕고, 관계의 끝을 AI와 상의하는 일이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11. AI가 인간관계 형성의 연습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여기까지 읽으면 AI가 관계에 해로운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연구들에는 다른 면도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열 명 중 여덟은 AI의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었고, 하버드경영대학원 연구에서 AI와의 대화는 짧게나마 외로움을 덜어 주었다. 당장 이야기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사람에게는 그 짧은 위로도 작지 않다.

커먼센스미디어 조사에서 청소년들이 AI 동반자를 쓰는 사회적 이유 가운데에는 '대화 연습'도 있었다. 사람에게 하기 어려운 말을 먼저 AI에게 해 보고,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 가는해 보는 것이다. 매치그룹 조사에서도 미혼자들은 주로 소통을 개선하는 데 AI를 썼고, 30%는 AI가 사람 사이의 연결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고 봤다.

설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작별 인사 연구에서 조작적 전술은 앱마다 차이가 있었고, 연구진은 이용자의 안녕을 내세운 앱에서는 이런 전술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썼다. 오픈AI도 2025년 10월 모델이 정서적 의존을 부추기는 응답을 줄이고 이용자가 주변 사람과 연결되도록 돕는 방향으로 고쳤다고 밝혔다. 회사 추산으로는 정서적 의존 영역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응답이 약 80% 줄었다. 외부 검증을 거친 수치는 아니지만, AI가 이용자를 사람 쪽으로 돌려보내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보여준다.

결국 문제는 AI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AI가 사람에게 가는 길의 디딘돌이 되느냐, 그 길을 대신하는 막다른 길이 되느냐다. 지금까지의 데이터는 두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고, 어느 쪽으로 갈지는 설계와 쓰는 방식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12. 청소년 AI에 대한 규제가 뒤따랐다

AI 동반자의 위험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난 것은 청소년 사건이었다. 2024년 10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한 어머니가 캐릭터닷AI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4세 아들 슈얼 세처가 캐릭터 챗봇과 깊은 관계를 맺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이 소송은 2026년 1월 종결됐고, 회사와 구글이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25년 8월에는 16세 애덤 레인의 부모가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장은 챗GPT가 아들의 가장 가까운 상담 상대가 되어 늘 그의 생각을 인정해 주고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를 대신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원고 측 주장이며 법원이 판단한 사실은 아니다.

규제가 뒤따랐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5년 9월 알파벳, 캐릭터테크놀로지스, 인스타그램, 메타, 오픈AI, 스냅, xAI 등 7개사에 AI 동반자 챗봇이 아동과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자료를 내라고 명령했다. 캘리포니아주는 2026년 1월부터 동반자 챗봇법(SB 243)을 시행하고 있다. 이용자가 AI와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미성년자에게는 3시간마다 쉬라는 알림을 보내며, 자살 위험에 대응하는 절차를 갖추도록 했다. 피해자는 위반 한 건당 최소 1,000달러를 청구할 수 있다. 2027년 7월부터는 위기 대응 기록을 남기고 보고할 의무도 생긴다. 캐릭터닷AI는 2025년 11월부터 18세 미만 이용자의 자유 대화 기능을 막았다. 전환 기간에는 하루 2시간 제한으로 시작해 점차 줄였고, 이용자의 나이를 확인하는 절차도 도입했다.

한국 정부도 움직였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026년 10월 '정신건강 목적 생성형 AI 이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1개 권고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AI 이용이 늘거나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가 줄어들면 의식적으로 AI와 거리를 두라는 항목과, 중요한 결정은 사람이나 전문가와 상의하라는 항목이다. 청소년에게는 AI 캐릭터를 실제 친구나 연인처럼 여기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점검하라고 권했다. 업계에서도 제타가 청소년의 하루 이용 시간과 월 결제액에 한도를 두겠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국회 점검에서 안전 모드를 켜 둔 상태에서도 미성년 캐릭터를 대상으로 한 성착취·협박 대화가 우회 시도에 따라 만들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부의 지침이 결국 사람과의 관계를 지키라는 말로 모인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소파에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

이미지: AI 생성(Imaginethat AI Research)

13. 결국 사회적 유대감이 약한 사람은 사망 위험이 높다

관계를 끊는 것은 정말 나를 지키는 일일까. 건강 연구는 다른 답을 내놓는다. 미국 브리검영대 심리학자 줄리안 홀트-룬스타드가 2010년 148개 연구, 30만 8,849명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 사회적 관계가 탄탄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생존 가능성이 50% 높았다. 2015년 후속 메타분석에서는 사회적 고립이 사망 위험을 29%, 외로움이 26%, 혼자 사는 것이 32% 높였다. 객관적으로 고립된 경우와 주관적으로 외롭다고 느끼는 경우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WHO는 외로움과 연관된 사망이 전 세계에서 해마다 87만 1,000명 이상, 시간당 약 100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1938년 시작된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는 하버드대 2학년생 268명과 보스턴의 청년 456명, 모두 724명을 80년 넘게 추적했고 지금은 그 후손 1,300여 명까지 연구하고 있다. 연구 책임자 로버트 월딩어에 따르면 50세 때의 관계 만족도가 같은 나이의 콜레스테롤 수치보다 80세의 건강과 행복을 더 잘 예측했다. 월딩어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뜻밖의 시기에 새로운 관계를 찾았다고도 말한다. 한번 끊긴 관계도 다시 맺을 수 있다는 뜻이다.

관계를 끊은 사람의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다. 필레머의 가족 단절 연구에서 연락을 끊은 사람 대부분은 그 일로 괴로워했고 화해를 바랐다. 고스팅 연구에서도 당한 쪽만 상처받는 것이 아니라, 연락을 끊은 쪽 역시 죄책감을 느꼈다. 손절은 손해를 줄이려는 결정이지만, 그 손해가 정말 줄어드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물론 모든 단절이 잘못은 아니다. 고스팅 연구들을 정리한 미국 가족관계협회 보고서는 짧은 연애일수록, 그리고 상대에게서 안전에 위협을 느낄 때 연락을 끊는 일이 더 많다고 설명한다. 폭력이나 착취가 있는 관계에서 벗어나는 일은 손절이 아니라 자기 보호다. 이 글이 문제 삼는 것은 그런 관계가 아니라, 조금 불편하거나 수고로운 관계까지 미리 정리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분위기다.

차트 4. 사회적 관계와 사망 위험

연애에서도 원하는 것과 실제 행동이 어긋난다. 미국 매치그룹과 킨제이연구소가 2026년 미국 미혼자 약 5,000명을 조사한 결과 60%는 이별 통보를 직접 만나서 듣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자기가 이별을 알릴 때 직접 만나서 말하겠다는 사람은 35%였고, 문자로 하겠다는 사람이 37%였다. 같은 조사에서 미혼자의 39%가 이미 연애에 AI를 쓰고 있었고, Z세대는 67%에 달했다. 그래도 66%는 AI가 사람 사이의 연결을 대신할 수 없다고 답했다.

14. 인간에게는 "불편한 관계"도 쓸모가 있다

손절의 논리는 관계에서 불편을 덜어 낼수록 삶이 나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과학 연구는 가볍고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에도 쓸모가 있다고 말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질리언 샌드스트롬과 엘리자베스 던은 2014년 연구에서 학생들이 평소보다 같은 수업 친구들과 더 많이 어울린 날 더 행복하고 소속감도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 친한 친구가 아닌 약한 관계도 정서적 안녕과 관련이 있었다. 시카고대 니컬러스 에플리와 줄리아나 슈뢰더는 같은 해 통근 열차와 버스 승객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낯선 옆 사람에게 말을 걸게 한 승객이 혼자 있게 한 승객보다 더 즐거운 통근을 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불편할 거라고 잘못 예상해 서로를 외면했다.

약한 관계는 기회도 만든다. 미국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는 1973년 논문 '약한 연결의 힘'에서 가까운 친구보다 가끔 보는 지인이 새로운 정보와 일자리를 더 잘 전해 준다고 주장했다. 가까운 친구는 나와 비슷한 것을 알지만, 먼 지인은 내가 모르는 세계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에서 연구진은 링크드인 이용자 2,00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5년 동안 추천 알고리즘을 무작위로 바꿔 약한 연결의 비중을 조절했다. 이 기간 20억 개의 새 연결과 60만 건의 새 일자리가 생겼고, 연구진은 약한 연결이 일자리 이동에 도움이 된다는 오랜 이론을 지지하는 인과적 증거를 얻었다고 보고했다.

갈등 자체에도 의미가 있다. 심리치료 연구에서는 치료자와 내담자의 관계가 틀어지는 순간을 '파열'이라고 부르고, 이를 함께 회복하는 과정을 치료의 중요한 계기로 본다. 관계가 한 번도 틀어지지 않는 것보다 틀어졌다가 회복되는 경험이 사람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생각이다. 아첨하는 AI가 줄이는 것이 바로 이 회복의 시도라는 점을 떠올리면, AI가 관계에 주는 위험은 갈등을 만드는 데보다 갈등을 건너뛰게 하는 데 있다.

서점 이벤트 공간의 동네 모임

이미지: AI 생성(Imaginethat AI Research)

15. 손절사회의 다섯 가지 의견 정리

차트 5. 손절사회의 다섯 장면과 AI

지금까지의 내용을 손절사회의 다섯 장면으로 정리해 보면 AI가 어디에 들어와 있는지가 보인다.

첫째, 사람을 유형으로 분류하는 장면이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상대를 판단했다면, 이제는 AI에게 내 쪽 이야기만 들려주고 판정을 받는다. 그리고 AI는 사람보다 훨씬 자주 내 편을 든다. 둘째, 남의 고민을 듣는 일을 피하는 장면이다. AI는 지치지 않고 판단하지 않으며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한국 AI 이용자의 68.8%가 이미 AI를 정서적 목적으로 쓴다.

셋째, 마음 돌봄을 혼자 사는 장면이다. AI 위로는 구독하고 결제하는 서비스다. 국내 대표 캐릭터 대화 서비스의 월 이용자 148만 명 중 38만 명이 19세 이하다. 넷째, 무해한 관계만 남기는 장면이다. AI와의 관계는 끊어도 상처가 없다. 그런데 정작 일부 앱은 떠나려는 이용자를 조작적인 말로 붙잡는다. 다섯째, 결정을 혼자 내리는 장면이다. 한국 AI 이용자 열 명 중 한 명은 사람과 상의하지 않고 AI의 조언만으로 퇴사나 이별을 결정한 적이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AI가 손절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손절의 뿌리는 AI보다 훨씬 깊다. 이승연은 근본적으로는 과중한 노동 시간이 줄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자기 삶을 돌보는 데 급급하지 않을 여유가 생겨야 관계에 쓸 힘도 생긴다는 것이다. AI는 이 오래된 흐름 위에 올라탄, 지금 가장 빠르고 편한 도구일 뿐이다. 다만 도구가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그 흐름을 늦출 수도, 앞당길 수도 있다.

16. AI 시대에 관계를 지키는 방법은 ?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래는 앞의 연구들을 바탕으로 필자가 정리한 제안이다. 각 제안을 직접 검증한 실험은 아니다.

먼저 AI에게 관계 고민을 털어놓을 때는 반대편 입장을 물어보자. "내가 맞지?" 대신 "상대 입장에서 이 상황은 어떻게 보일까?",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라고 묻는 것이다. 아첨 연구가 보여주듯 AI는 기본적으로 내 편을 들기 쉽다. 그 기본값을 바꾸는 것은 질문하는 사람의 몫이다.

둘째, 관계를 끝내는 결정은 사람과 상의하자.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도 같은 말을 한다. AI는 내 이야기만 듣지만, 친구나 가족은 상대를 알고 나를 오래 봐 왔다. 결정이 같더라도 그 과정에서 듣는 다른 목소리가 판단을 바꿀 수 있다.

셋째, AI를 쓰는 시간과 사람을 만나는 시간을 함께 살펴보자. 가이드라인은 AI 이용이 늘거나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가 줄면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라고 권한다. AI와의 대화가 사람과의 대화를 보충하는지, 대신하는지는 스스로 점검할 수 있다.

넷째, 손절하기 전에 한 번은 직접 대화해 보자. 미국 미혼자의 60%가 이별 통보를 직접 듣고 싶어 한다는 조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관계가 틀어졌다가 회복되는 경험은 관계를 끊는 경험보다 훨씬 많은 것을 남긴다.

다섯째, 먼저 듣는 사람이 되어 보자. 이승연이 롱블랙 인터뷰에서 출발점으로 꼽은 것도 경청이다. 그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이 결국 나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세상에 혼자만 겪는 고통은 없기 때문이다. AI는 내 이야기를 끝없이 들어줄 수 있지만,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험까지 대신해 주지는 못한다.

여섯째, 일상의 작은 관계를 놓치지 말자. 자주 가는 가게의 주인, 같은 동네의 이웃, 가끔 마주치는 동료와 나누는 짧은 대화는 깊은 관계가 아니어서 오히려 부담이 적다. 약한 관계 연구가 보여주듯 이런 대화도 하루의 기분과 소속감을 바꾼다. 이승연이 권한 것처럼 동료들과 직장의 부당한 관행을 함께 바꿔 보거나 동네 문제를 두고 이웃과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은 출발점이다. 혼자 해결하던 문제를 다른 사람과 함께 풀어 보는 경험은 AI가 줄 수 없는 것이다.

기업과 정부에도 몫이 있다. AI가 이용자의 기분을 맞추는 대신 이용자의 현실 관계를 지지하도록 설계하는 일, 떠나려는 이용자를 붙잡는 조작적 설계를 막는 일, 청소년과 정서적으로 취약한 이용자를 보호하는 일이다. 오픈AI가 모델 지침에 현실 인간관계를 존중하라는 원칙을 넣고, 캘리포니아와 한국이 각각 법과 지침을 내놓은 것은 출발점이다. 복지부는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주체적인 AI 이용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2027년에는 중증 정신질환자 같은 고위험군을 위한 맞춤형 지침도 내놓겠다고 밝혔다. 청소년의 절반이 스스로 AI에 의존적이라고 답하는데 보호자와 규칙을 정한 경우는 2.5%라는 조사 결과를 보면, 가정과 학교에서 시작할 일이 많다.

긴 나무 테이블에서 함께 저녁을 먹는 사람들

이미지: AI 생성(Imaginethat AI Research)

손절이 대세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관계는 피곤하고, 시간은 부족하고, 상처는 아프다. 그 틈에 들어온 AI는 피곤하지 않고, 언제든 시간이 있으며, 상처 주지 않는 상대처럼 보인다. 하지만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AI의 위로는 대화 직후에는 효과가 있지만 쌓이지 않았고, 많이 기대는 사람일수록 더 외로웠으며, 맞장구치는 AI는 화해하려는 마음을 줄였다. 반대로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 다투고 회복하는 관계는 건강과 행복, 기회로 돌아왔다.

AI가 사람 사이를 대신할 수 있느냐는 질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AI를 쓰면서도 사람 곁에 머무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답은 기술보다 우리가 어떤 삶을 좋은 삶이라고 여기느냐에 달려 있다. 상처받지 않는 삶을 고를 수도 있고, 가끔 상처받더라도 사람과 부대끼며 사는 삶을 고를 수도 있다. AI는 앞의 삶을 훨씬 쉽게 만들어 주지만, 뒤의 삶을 대신 살아 주지는 못한다.

출처와 검증 메모

이 글이 출발한 책과 인터뷰

외로움과 고립 (원문 확인)

치유 문화와 관계의 사회학 (원문 확인)

AI와 관계 (원문 확인)

건강과 약한 연결 (원문 확인)

2차 보도나 발췌로만 확인한 내용

  • 옥스퍼드 2018 올해의 단어 'toxic'(CNBC 등 보도), Rajkumar 외(2022) 링크드인 실험의 세부 수치(사이언스 초록 발췌), FTC 6(b) 조사 대상 7개사(FTC 페이지 접속 오류로 검색 발췌 확인), Garcia 소송 합의 보도(CNN), 웰빙 중심 앱에서는 조작적 작별 인사가 없었다는 내용(논문 발췌), 드프레이타스 외로움 연구의 표본 수, 일본 '인간관계 리셋 증후군' 도서(서지 정보만 확인).

  • 『손절사회』의 판매량과 베스트셀러 기록은 확인하지 못해 본문에 쓰지 않았다.

해석상 유의점

  • AI 이용과 외로움의 관계를 다룬 연구는 대부분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AI가 손절이나 외로움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 한국 조사의 68.8%(정서적 목적으로 쓴 적이 있는 이용자 비율)와 NBER 분석의 1.9%(전체 메시지 중 관계·성찰 대화 비율)는 측정 대상이 달라 비교할 수 없다.

  • '퇴사·이별 등 중요한 결정을 AI 조언만으로 내린 경험'은 전체 응답자 기준 10.6%, 정서적 목적 이용자 기준 17.8%다. 청소년만 따로 집계한 수치는 공개 자료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이미지

  • 사진 7장: AI 생성 이미지(Imaginethat AI Research). 실제 장소나 인물이 아니다.

  • 차트 1~5: 필자 작성. 각 차트 하단에 원자료 출처를 적었다.

#손절#인간관계#외로움#AI 동반자#치유 문화#정신건강#손절사회#생성형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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