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데이터로 본 외국인의 눈 - 한국은 일하기 좋은나라 일까?
AI 시대에 나온 해외 지표 20여 개로 다시 읽은 한국의 평판
TY KIM
이매진댓 AI 리서치 - Editor in Chief

외국인 호감도는 82.3%로 조사 이래 최고지만, 한국에 사는 외국인의 만족도는 46개국 중 44위였다. AI 특허·로봇·HBM 지표에선 세계 최상위인데 AI 인재 순유입은 OECD 하위권이다. 해외 지표 20여 개를 모아 외국인이 보는 한국의 세 얼굴을 데이터로 따라갔다.

남산에서 본 서울 야경. 사진 Matt Kieffer,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외국인은 한국을 어떻게 볼까."
그들은 K팝과 드라마로 한국을 알게 됐고, 반도체와 스마트폰으로 한국을 기억한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2025년과 2026년에 쏟아진 해외 지표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면 이 답은 절반정도는 맞다. 외국인의 평가는 어떤 외국인이 무엇을 재느냐에 따라 크게 갈린다. 화면으로 한국을 접한 사람, 한국에 돈을 넣는 사람, 한국에 실제로 살아본 사람이 보는 나라는 서로 꽤 다르다.
AI는 이 차이를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메모리 반도체와 로봇, 빠른 AI 도입 속도 덕분에 한국은 해외 기술 지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한다. 그런데 같은 기간 외국인 거주자 만족도와 AI 인재 유입 지표에서는 하위권으로 밀렸다. 이 글은 공개된 조사와 지수를 근거로 그 간극이 어디서 생기는지 따라가 본다.
1. 외국인 열 명 중 여덟 명은 한국을 좋게 본다
출발점은 호감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5년 10월 26개국 1만 3,000명에게 물은 국가이미지 조사에서 한국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외국인은 82.3%였다. 전년보다 3.3%p 올랐고, 2018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다. 2021년(80.5%)을 빼면 줄곧 70% 후반에 머물던 수치가 82%대로 올라섰다.
흥미로운 건 같은 조사에서 한국인 스스로의 평가다. 한국인의 자국 호감도는 60.4%로 외국인보다 21.9%p 낮았다. 전년보다 8%p 넘게 올랐는데도 격차가 이 정도다. 바깥에서는 한국을 실제보다 좋게 보고, 안에서는 실제보다 박하게 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한국인이 날마다 겪는 집값, 입시, 노동시간 같은 문제는 외국인 응답자 대부분의 경험 밖에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하다.
국가별 편차도 크다. 아랍에미리트(94.8%), 이집트(94.0%), 필리핀(91.4%), 튀르키예(90.2%)는 열 명 중 아홉 명 넘게 한국을 좋게 봤다. 반면 일본은 42.2%, 중국은 62.8%로 하위권이었다. 일본의 수치도 2018년 20.0%의 두 배가 넘는 조사 이래 최고치이긴 하다. 그런데 한국을 가장 덜 좋아하는 이 두 나라가 방한객 1, 2위다. 2025년 방한 외래관광객 1,894만 명 가운데 중국인이 548만 명, 일본인이 365만 명이었다. 호감도와 실제 방문은 따로 움직인다.

영국 브랜드파이낸스의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에서 한국은 2024년 15위, 2025년 12위, 2026년 11위로 올라왔다. 100여 개국 15만 명 이상에게 묻는 조사다. 방향은 정부 조사와 같다. 세부 항목을 보면 오른 이유도 드러난다. 2025년판에서 '여행하기 좋은 나라' 항목은 66위에서 44위로 크게 올랐다. 반면 '다른 나라와 관계가 좋은 나라'는 32위로 여전히 낮았다. 외국인은 한국을 매력적인 나라로 보지만, 외교적으로 가까운 나라로 느끼지는 않는다.
호감 뒤에 그늘도 있다. 해외한류실태조사에서 한류에 부정적인 인식에 동의한 비율은 37.5%로 전년과 같았다. 이유로는 '지나치게 상업적'(16.1%), '남북 분단과 북한 위협'(12.9%), '스타의 부적절한 언행'(11.5%)이 꼽혔다. 중동 응답자(51.1%)와 20대(42.9%)에서 이 비율이 높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진 만큼 피로를 느끼는 사람도 줄지 않았다.
2. 외국인이 먼저 떠올리는 한국은 아직 K팝과 한식이다
외국인이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전히 문화다. 국가이미지 조사에서 호감 요인 1위는 문화콘텐츠(45.2%)였고, 현대 생활문화(31.9%)가 뒤를 이었다. 제품·브랜드(28.7%)와 경제 수준(21.2%)은 그다음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30개국 2만 7,400명에게 물은 해외한류실태조사에서도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1위는 9년째 K팝(17.5%)이었다. 한식(12.1%), 드라마(9.5%), 뷰티(6.2%)가 뒤를 이었다. 반도체나 AI는 상위 연상어에 없다.
눈여겨볼 변화는 과거 상위권에 있던 '한국전쟁'과 '북핵 위협'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019년 조사에서 외국인이 꼽은 개선 과제 1위가 '남북문제의 평화적 해결'(33.8%)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외국인의 머릿속에서 한국은 분단국가보다 콘텐츠를 만드는 나라에 가까워졌다.
숫자로도 확인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 1년 만에 누적 6억 뷰를 넘겼고 76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는 이 작품 이후 한국행 항공 예약이 25% 늘었다고 밝혔다. 2025년 화장품 수출은 114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고, 처음으로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1위 수출국이 됐다. 라면 수출도 15억 2,000만 달러로 단일 품목 첫 15억 달러를 넘겼다. 콘텐츠산업 수출은 149억 달러로 전년보다 5.9% 늘었다.
문화가 지갑으로 이어지는 경로도 조사에 잡힌다. 해외한류실태조사 응답자의 64.8%는 한류가 한국 제품과 서비스 구매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2023년 57.9%에서 해마다 올랐다. **다만 실제로 한국 제품을 사는 이유 1위는 품질(61.8%)이었고 가격(43.0%)**이 뒤를 이었다. 문화가 관심을 만들면, 구매를 결정하는 건 결국 제품의 퀄리티와 가격이었다.

경복궁의 관광객들. 사진 G41rn8,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방한객도 기록을 다시 썼다. 2025년 1,894만 명으로 2019년 수준을 넘어섰고, 2026년 1~8월 누적은 1,505만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6% 많다. 한국관광공사는 연간 2,000만 명 돌파를 전망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쓴 돈의 37.4%는 쇼핑, 15.2%는 의료·건강관리였다. 관광 목적지로서 한국의 정체성이 '보는 곳'에서 '사고 관리받는 곳'으로 옮겨 가고 있다.
3. 해외 기술 지표는 한국을 대부분 상위 5위 안에 넣는다
문화가 호감을 만든다면, 기술은 평판의 다른 축을 만든다. 일반 대중의 연상어에는 잘 안 보이지만, 기술을 재는 해외 지표 대부분에서 한국은 최상위권에 있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AI 인덱스 2026」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14.31건으로 세계 1위다. 국제로봇연맹(IFR) 집계에서 제조업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1,220대로 이 역시 1위다. 영국 옵서버의 글로벌 AI 지수에서는 93개국 중 5위로 한 계단 올라 프랑스를 앞섰고, 옥스퍼드 인사이츠의 정부 AI 준비도 지수에서도 195개국 중 5위다. 브랜드파이낸스 조사에서 '기술과 혁신이 앞선 나라' 항목도 5위였다. '미래 성장 잠재력'은 6위, '세계가 사랑하는 제품과 브랜드'는 7위였다.
미국 US뉴스의 2026년 '베스트 컨트리' 평가도 비슷하다. 한국은 종합 20위지만 경제 발전 부문은 6위이고, 연구개발과 특허 활동 세부 점수는 둘 다 만점(100)이다. 같은 평가에서 문화·관광 부문은 47위였다. 외국 대중이 한국 하면 문화를 먼저 떠올리는 것과 달리, 이 데이터 평가에서는 기술 점수가 문화·관광 점수보다 훨씬 높다. 사실 2008~2009년 코트라 등이 25개국 4,200여 명에게 물었을 때 외국인이 꼽은 한국의 대표 이미지 1위는 '기술력'이었다. 15년 넘는 사이 대중의 연상어 1위는 기술에서 K팝으로 바뀌었지만, 전문 지표 속 한국은 여전히 기술 국가다.
해외 기업의 판단은 더 직접적이다. 엔비디아는 2025년 10월 경주 APEC 기간에 한국 정부와 삼성, SK, 현대차, 네이버에 GPU 26만 장 이상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젠슨 황 CEO는 한국의 기술과 제조 역량이 한국을 "AI 산업혁명의 중심"에 놓는다고 말했다. 한 달 앞서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삼성·SK와 스타게이트 협력을 발표하면서 한국이 "AI 글로벌 리더가 될 재료를 모두 갖췄다"고 했다.

CES 2025에서 기조연설하는 엔비디아 젠슨 황 CEO. 사진 Pronoia, CC0, Wikimedia Commons
이 평가의 중심에는 메모리가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33%를 차지했다. 두 회사를 합치면 83%다. 세계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 대부분이 한국산이라는 뜻이다. 다만 이 우위도 고정된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 점유율은 1년 전 64%에서 내려왔고, 중국 CXMT는 D램 전체 시장 점유율을 1년 만에 4%에서 10%로 키웠다. 오픈AI와의 월 90만 장 웨이퍼 협력도 아직 의향 단계다.
로봇 밀도 1위도 따져볼 부분이 있다. 밀도는 제조업 근로자 수로 나눈 값이어서, 제조업 비중이 높고 자동화가 일찍 진행된 한국에 유리하다. 해마다 새로 설치하는 로봇 수는 2025년 약 3만 대로 전년보다 1% 줄었고, 2019년 이후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같은 해 중국은 35만 4,000대를 설치해 세계 물량의 59%를 가져갔다. 상위 순위가 성장 속도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4. 한국 사람들은 AI를 빨리 받아들이고 덜 걱정한다
해외 조사기관들이 공통으로 짚는 한국의 또 다른 특징은 AI 수용 속도다. 마이크로소프트 AI경제연구소의 2026년 2분기 보고서에서 한국의 15~64세 생성형 AI 사용률은 40.6%였다. 세계 평균 18.8%의 두 배가 넘고, 순위는 한 분기 만에 16위에서 12위로 올랐다. 보고서는 한국이 세 분기 연속 주요 경제권 가운데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고 썼다. 오픈AI는 2025년 서울 사무소를 열면서 한국이 챗GPT 유료 구독자 수 세계 2위라고 밝혔다.
태도도 남다르다. 퓨리서치센터가 25개국 성인 2만 8,000여 명에게 물은 2025년 조사에서 "AI가 기대보다 걱정스럽다"고 답한 한국인은 16%로 조사국 중 가장 적었다. 25개국 중앙값은 34%다. 입소스의 30개국 조사에서도 "AI 제품이 나를 설레게 한다"는 한국인은 69%로 30개국 평균 52%를 크게 웃돌았다.
"AI 제품과 서비스가 앞으로 내 일상을 바꿀 것"이라는 응답도 한국은 75%로 평균(53%)보다 22%p 높았다. 퓨리서치 조사에서는 AI에 대해 많이 들어 본 한국인일수록 기대가 컸다. 이들 중 39%가 걱정보다 기대가 크다고 답했다. 많이 알수록 덜 두려워하는 패턴이다.
하지만 신뢰는 다른 문제다. 같은 입소스 조사에서 "AI를 쓰는 기업이 내 개인정보를 지킬 것"이라고 믿는 한국인은 39%에 그쳤다. KPMG와 멜버른대의 47개국 조사에서도 AI를 신뢰할 의향이 있는 한국인은 44%로 세계 평균(46%)과 비슷했고, 자국 AI 규제를 안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한국인은 AI를 많이 쓰고 기대도 크지만, 무조건 믿지는 않는다. 해외 조사에 비친 한국은 실용적인 얼리어답터에 가깝다.
AI 기업들이 보는 한국 시장도 같은 모습이다. 앤스로픽이 2026년 1월 낸 경제 지수 보고서에서 한국의 인구 대비 클로드 사용 지수는 세계 7위였다. 한국 사용자들은 평균보다 영상·음악 콘텐츠 제작 지원에 4배 넘게, 번역에 2배 가까이 AI를 더 썼다. 콘텐츠를 만들어 해외에 내보내는 나라답게 AI도 그 일에 먼저 쓰고 있다는 뜻이다.
5. AI를 만드는 규모는 미국·중국에 크게 못 미친다
사용에서 생산으로 눈을 돌리면 그림이 달라진다. AI 인덱스 2026이 꼽은 2025년의 주목할 만한 AI 모델은 미국 59개, 중국 35개, 한국 8개였다. 한국은 3위지만 1, 2위와 거리가 멀다. 그나마 8개도 초판에는 5개로 집계됐다가 정부 요청으로 정정된 숫자다. 전년 보고서에서 한국 모델은 LG 엑사원 하나였다.

돈의 흐름은 격차가 더 크다. 2025년 민간 AI 투자액은 미국 2,859억 달러, 중국 124억 달러, 한국 17억 8,000만 달러다. 한국은 미국의 약 160분의 1이고, 싱가포르(18억 2,000만 달러)보다도 조금 적다. 옵서버 AI 지수에서 종합 5위를 한 한국의 세부 순위를 보면 인재는 13위, 상업 생태계는 17위다. 인프라와 연구, 정부 전략이 끌어올린 종합 순위다. 인재 구성도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AI 인덱스는 한국 AI 인재 가운데 하드웨어·반도체 설계·사물인터넷 분야 비중이 20%로 조사국 중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강국이라는 강점이 그대로 인재 구조에 반영된 결과지만, 모델과 서비스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인력의 두께는 그만큼 얇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도 평가도 비슷하다. 스위스 IMD의 2025년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6위에서 15위로 아홉 계단 내려갔다. 연구개발 지출과 인구당 연구원 수는 1위였지만 규제 환경은 18위에서 38위로, 해외 인재 항목은 61위에 머물렀다. 투입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그 투입을 사업과 인재로 바꾸는 단계에서 점수가 깎인다.

외국인 투자자의 시선에도 같은 이중성이 있다. 2025년 코스피는 75.6% 올라 주요국 증시 가운데 상승률 1위였다. AI 붐과 증시 부양책이 겹친 결과다. 그런데 2026년 6월 MSCI는 한국을 선진국지수 편입 관찰대상국에 또 올리지 않았다. 원화 역외 거래 제한과 계좌 제도의 불편이 이유였다. 해외 자본은 한국 반도체의 실적은 높이 사지만, 한국 시장의 제도는 아직 선진국 기준에 못 미친다고 본다.
6. 한국에 살아본 외국인의 평가는 해외 지수의 평가와 다르다
이제 한국에 실제로 사는 외국인의 이야기를 들어 볼 차례다. 독일에 본사를 둔 해외 거주자 네트워크 인터네이션스의 「익스팻 인사이더 2025」에서 한국은 46개국 중 44위였다. 전년 23위에서 21계단 떨어져 조사 대상국 가운데 하락 폭이 가장 컸다. 특히 '해외에서 일하기' 지수는 46위로 꼴찌였다. 경력 기회, 근무시간, 일과 삶의 균형, 공정한 임금, 직무 만족 모두 최하위였다.
세부 응답이 구체적이다. 현지 직장 문화가 유연하다고 답한 비율은 7%로 세계 평균 54%의 8분의 1 수준이다. 한국어 없이 생활하기 쉽다는 응답은 26%(세계 47%), 현지인 친구를 사귀기 쉽다는 응답은 17%(세계 38%)였다. 34%는 한국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꼈다(세계 18%). 돈 문제도 컸다. 자신의 재정 상태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1년 만에 70%에서 38%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경력 기회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비율은 49%로 세계 평균(27%)의 두 배에 가깝다. 한국에 온 응답자의 45%가 일 때문에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뼈아픈 결과다. 반대로 초고속 인터넷 접근성은 1위, 개인 안전은 7위였다. 울산에 사는 한 영국인은 "날씨와 안전, 그리고 기술이 좋다"면서도 "은행이 외국인에게 다른 금리와 조건을 준다"고 불만을 적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사진 ノボホショコロトソ, CC BY 4.0, Wikimedia Commons
2026년판에서는 한국이 상위 10위와 하위 10위 어디에도 들지 않아 중위권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사 대상국이 46개국에서 31개국으로 줄어 전년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인터네이션스 스스로 "한국의 순위는 바닥과 중간을 오갔다"고 쓸 만큼 변동이 큰 조사이기도 하다. 인터네이션스는 '일하기'와 '생활 기본 여건' 항목이 최근 몇 년간 한국의 강점이 아니었다고도 평가했다.
역설적으로 한국에 오는 외국인은 계속 늘고 있다. 2025년 말 체류외국인은 278만 명으로 인구의 5.44%다. 2026년 외국인 유학생은 30만 7,000여 명으로 처음 30만 명을 넘었다. 유학생 구성도 바뀌어 베트남 출신(31.5%)이 처음으로 중국 출신(25.7%)을 앞질렀다. 오는 사람은 많아졌는데, 와서 일해 본 사람의 평가는 낮다. 이 간극이 AI 시대에는 더 비싼 비용이 된다.
7. AI 인재는 한국에서 해외로 빠져나간다.
AI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서 나온다. 그런데 한국은 AI 인재를 들여오는 나라가 아니라 내보내는 나라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 AI 인덱스 2026의 링크드인 데이터를 다시 분석한 결과, 2025년 한국의 AI 인재 순유입은 링크드인 회원 1만 명당 -0.35명으로 OECD 36개국 중 31위였다. 호주(1.77), 독일(1.09), 미국(0.92)은 들어오는 인재가 더 많았다.
한국은행 분석도 같은 방향이다. 한국은 2020년을 빼고 2010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AI 인재가 순유출됐다. 해외에서 일하는 한국인 AI 인력은 약 1만 1,000명으로 전체의 16%다. 다른 분야(10%)보다 6%p 높다. 한국은행은 그 원인으로 임금을 지목했다. AI 인력이 비AI 인력보다 더 받는 임금 프리미엄이 한국은 6%로, 미국(25%)이나 캐나다(18%), 영국·프랑스·호주(15%)에 비해 크게 낮다. 국내 이공계 인력 2,700여 명을 조사한 별도 보고서에서는 42.9%가 3년 안에 해외 이직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20~30대는 약 70%였다. 이공계 인재 순유출의 47.5%가 국내 주요 5개 대학 출신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왔다. 미국에서 일하는 한국인 AI 인력은 2010년 약 2,000명에서 2024년 6,300명으로 세 배 넘게 늘었다. 국내 AI 인력이 약 5만 7,000명으로 미국(78만 명)의 13분의 1도 안 되는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규모로는 작지 않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2025년 4월 세계 100위권 대학 석·박사와 고소득 경력자에게 즉시 거주 자격과 소득세 감면을 주는 '톱티어 비자'를 만들었다. 하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행 10개월간 발급은 20명이었다. 2030년 목표는 350명이다. 인터네이션스 조사에서 외국인이 꼽은 문제가 근무 문화, 언어, 행정이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비자 문턱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8. 계엄 사태는 문화 호감도보다 제도 평가에 더 크게 반영됐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은 외국인의 한국 평가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지표를 보면 충격은 문화 쪽이 아니라 제도 쪽에 집중됐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은 8.09점에서 7.75점으로 떨어졌다. 순위는 32위였고, 2020년부터 유지하던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분류가 바뀌었다. 브랜드파이낸스의 2026년 조사에서 한국의 거버넌스 항목은 다섯 계단 내려간 25위였다. 보고서는 이를 '헌정 위기'와 연결했다. IMD의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정치 불안정 항목이 50위에서 60위로 밀렸다.
그런데 같은 시기 외국인 호감도는 오히려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소프트파워 종합 순위도 올랐다. 브랜드파이낸스는 문화를 한국의 '방어적 자산'이라고 표현했다. 국가이미지 조사의 심층 인터뷰에서 유학생과 외신 기자들은 정치 혼란을 시민의 힘으로 넘긴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외국인들은 정치 사건 하나로 한국 전체를 다시 평가하지 않았다. 대신 제도의 신뢰도라는 항목에 따로 점수를 깎아 기록했다.
거꾸로 한국이 외국을 보는 시선도 이 기간에 흔들렸다. 퓨리서치의 2026년 봄 조사에서 미국을 호의적으로 보는 한국인은 45%로, 2024년 77%와 2025년 61%에서 연이어 떨어졌다. 2025년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단속에서 한국인 317명이 구금된 일이 이 시기에 있었다. 이 사건이 수치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조사가 따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한국을 평가하는 외국의 시선과 외국을 평가하는 한국의 시선이 동시에 다시 짜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9. 외국인의 한국 평가는 무엇을 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까지의 숫자를 정리하면 외국인이 보는 한국은 하나가 아니다. 화면으로 한국을 소비하는 사람에게 한국은 K팝과 드라마, 화장품의 나라이고 호감도는 80%를 넘는다. 공급망과 자본의 눈으로 보는 사람에게 한국은 HBM과 로봇, 빠른 AI 도입의 나라이며 기술 지표는 대부분 5위 안에 든다. 그러나 한국에 살면서 일해 본 사람에게 한국은 언어 장벽이 높고, 근무 문화가 경직되고, 외국인이 환영받는다고 느끼기 어려운 나라다.
AI 시대 이전에는 이 세 평가가 따로 놀아도 큰 문제가 아니었다. 콘텐츠는 국경을 넘어 팔면 됐고, 반도체는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하면 됐다. 그런데 AI 경쟁의 핵심 자원은 데이터센터나 칩보다 그것을 다룰 사람이다. 엔비디아가 GPU 26만 장을 보내도 그 위에서 모델을 만들고 서비스를 키울 인재가 들어오지 않고 오히려 빠져나간다면, 한국은 AI를 가장 잘 쓰는 나라에 머물 수 있다. 가장 잘 만드는 나라가 되기는 어렵다.
외국인 호감도 82.3%는 분명 자산이다. 하지만 그 호감이 '가 보고 싶은 나라'에서 '일하고 싶은 나라'로 이어지는 비율은 아직 낮다. 앞으로 지켜볼 숫자는 세 가지다. 첫째는 AI 인재 순유입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바뀌는지다. 둘째는 외국인 거주자 조사의 '일하기' 항목이 하위권을 벗어나는지다. 셋째는 AI 사용률 상승이 한국에서 만든 모델과 서비스의 수로 이어지는지다. 세 숫자 모두 해외 기관이 해마다 새로 발표한다. 한국이 달라진다면 그 변화는 이 지표들에 먼저 나타날 것이다.
외국인의 한국 평가에서 다음에 바뀌어야 할 것은 문화나 기술 점수가 아니라, 차트 2의 오른쪽 칸에 있는 숫자들이다.
출처와 검증 메모
원문을 직접 확인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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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한류실태조사(2026.3.30 발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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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외래관광객: 아주경제 2026.1.30, 한국일보, 연합뉴스 2026.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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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외국인: 법무부 / 외국인 유학생: 연합뉴스 2026.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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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ford Insights Government AI Readiness Index 2025: 보고서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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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rosoft AI Diffusion Report 2026 Q2: 보고서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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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w Research Center: AI 인식 25개국 조사, 기대와 우려, 한국인의 대미 인식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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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한국 GPU 공급: NVIDIA 블로그 / 오픈AI 스타게이트: Open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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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D램 점유율: Counterpoint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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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재: 한국은행 보고서 보도(Korea Times), 포스코경영연구원 분석 보도(서울경제), 한국은행 이슈노트 2025-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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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MSCI: 코스피 2025, MSCI 2026 결과, MSCI 결정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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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U 민주주의 지수: Korea Times 2025.2.28 / 조지아 단속: American Community Media
2차 보도로만 확인한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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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서버 글로벌 AI 지수 순위와 세부 순위(연합뉴스TV 인용), IMD 디지털 경쟁력 세부 항목(매일경제 인용), IMD 정치 불안정 순위(국회도서관 자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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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티어 비자 발급 20명(뉴스토마토), 앤스로픽 경제 지수의 한국 수치(조선비즈), 챗GPT 유료 구독자 2위(코리아헤럴드가 전한 오픈AI 측 발언), AI 모델 수 정정(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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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09년 국가 브랜드 맵(정부 공감 기사), 인터네이션스 재정·경력 세부 응답(공식 PDF 발췌)
해석상 유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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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이미지 조사는 정부 발주 조사라 독립 조사와 함께 읽었다. 차트 2는 대상국 수와 방법이 다른 지표를 나란히 놓은 것으로, 순위끼리 직접 비교하는 용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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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네이션스 2026년판의 한국 정확한 순위는 공개 페이지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한국인의 대미 호감도 하락과 조지아 단속 사이의 인과관계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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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야경: Matt Kieffer, CC BY-SA 2.0 / 경복궁 관광객: G41rn8, CC BY-SA 4.0 / 젠슨 황: Pronoia, CC0 / 인천공항: ノボホショコロトソ, CC BY 4.0 (모두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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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 1~4: 필자 작성. 각 차트 하단에 원자료 출처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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