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딸깍 AI 시대 - 기획자들은 굶어 죽을까
기획의 본질
TY KIM
이매진댓 AI 리서치 - Editor in Chief

보고서, 이미지, 영상, 카피, 상세페이지까지 이제는 무엇이든 몇 초 만에 나온다. 만드는 비용이 0에 가까워지자 결과물은 넘쳐나는데, 그것을 보고 듣고 겪을 사람의 시간과 마음은 늘지 않았다.
음악 플랫폼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뮤직 에디터 홍일택은 요즘 달라진 풍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작곡을 모르던 사람도 AI로 하루에 수십 곡씩 찍어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사람이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의 총량은 그대로다. 그러니 지금 누군가에게 추천해야 할 음악은 여전히 10곡 정도라는 것이다."
보고서, 이미지, 영상, 카피, 상세페이지까지 이제는 무엇이든 몇 초 만에 딸깍하면 나온다. 만드는 비용이 0원에 가까워지자 결과물은 넘쳐나는데, 그것을 보고 듣고 겪을 인간의 시간과 마음은 늘어나지 않았다. 예전에는 "어떻게 더 많이, 더 빨리 만들까"를 물었다면, 이제는 "무엇을 만들지를 어떻게 정하고(설계),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느끼게 할까?(경험)"를 물어야 한다. 앞의 것이 생산의 문제라면 뒤의 것은 기획과 경험의 문제다.
츠타야를 만든 마스다 무네아키, 예능 PD 나영석, 광고인 박웅현, 디자이너 폴라 셰어, 북 큐레이터 하바 요시타카, 알파고를 이긴 유일한 인간 이세돌, 「월레스와 그로밋」을 만든 아드만 애니메이션까지 기획의 깊은 조예가 드러나는 분야는 제각각이다.
그런데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고 고민해보니 같은 이야기를 말만 다르게 표현하는듯 느껴졌다.그 공통분모를 아홉 개의 장으로 나눠 정리해보았다.
1.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서점
1983년, 마스다 무네아키가 츠타야 1호점을 열 때 손에 쥔 돈은 100만 엔, 우리 돈으로 약 953만 원이었다. 그는 확신에 찬 창업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늘 실패를 두려워했다고 말한다. 그때 쓴 기획서에는 항목이 세 개뿐이었다.
1.시대가 이렇게 바뀌고 있다,
2.돈은 이렇게 벌겠다,
3.실패하면 이렇게 철수한다.

2011년 문을 연 도쿄 다이칸야마 티사이트. 마스다 무네아키는 이곳을 '인터넷으로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답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Jonathan Lin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그중 가장 분량이 많은 건 세 번째 항목이었다. 그럼에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건 첫 번째 항목,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일본이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1980년대 중반, 그는 매슬로의 욕구 이론을 떠올렸다. 배가 부른 사람은 그다음으로 자기다운 삶을 원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다운 게 뭔지 모른다. 옷 가게에서 여러 벌을 입어 보며 어울리는 옷을 고르듯, 여러 삶의 방식을 늘어놓고 보여 주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츠타야는 책과 음반을 팔고 비디오를 빌려주는 곳이 됐다. 사람들은 영화 속 인물의 스타일을 동경하고, 록 음악의 세계관에 공감하고, 소설에서 삶의 자세를 배우니까. 마쓰다가 판 것은 물건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할 기회였다.
두 번째 전환점은 2007년 뉴욕 5번가에서 왔다. 버진 메가스토어가 문을 닫고 반스앤노블이 텅 빈 모습을 본 마쓰다는 이렇게 마음먹었다.
"인터넷으로도 할 수 있는 건 모두 그만두자."
그 결심이 2011년 문을 연 다이칸야마 티사이트로 이어졌다. 4202㎡ 부지에 키 큰 나무가 우거진 이곳에는 하루 평균 1만 명이 찾아왔고, 다이칸야마역의 유동 인구가 20% 늘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마스다가 정의한 좋은 공간은 디자인이 좋은 공간이 아니다. 멋진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 가는 것만으로 나도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오랜 시간 문화를 곁에 두고 살아온 60대, 그가 '프리미어 에이지'라고 부르는 어른들이 모이는 동네를 골랐다. 그들을 동경하는 젊은이들도 따라 모일 것이라고 계산했다.
그는 사업을 결정할 때 네 가지를 따진다. 고객 가치가 있는가, 돈을 벌 수 있는가, 사회적 의미가 있는가, 사원이 성장할 수 있는가. 돈 버는 일은 세상에 많지만 사회적 가치가 없으면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철학은 후임자 세대에서도 이어진다. 1997년 입사해 2023년 CCC의 CEO가 된 다카하시 야스노리는 회사가 약 870억 엔의 부채를 안고 흔들리던 2022년에 스스로 무보수 부사장을 맡았다. 그리고 2024년 4월, 24년 만에 시부야 츠타야를 리뉴얼하면서 공간의 성격을 '소비'에서 '경험'으로 바꿨다. 팬덤이 모이는 IP 공간을 중심에 두자 하루 방문객은 리뉴얼 전의 두 배인 4만 명으로 늘었다. 입구에는 이런 문장이 걸렸다.
"좋아하는 것으로 세상을 만들어라."

시부야 츠타야 건물의 스타벅스 매장(2023년 10월 촬영, 리뉴얼 이전). 츠타야는 2024년 4월 이 건물을 '경험' 중심 공간으로 다시 열었다. 사진: Dick Thomas Johnson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마스다는 지금을 '개인의 시대'라고 불렀다. 제조의 시대는 가고 기획의 시대가 왔는데, 그 기획은 회사의 일이 아니라 철저히 개인의 일이라는 것이다. 아이폰은 스티브 잡스라는 개인이, 페이스북은 마크 저커버그라는 개인이 생각해 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송길영 작가의 저서로 유명한 '호명사회'도 같은 흐름에 있다. 조직과 직함 대신 개인의 이름으로 불리는 사회다. 그는 유튜브가 스승이 되고 AI가 동료가 되면서 혼자서도 일을 다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조직은 작아지고 개인은 커진다. 그렇다면 개인이 가진 기획력이 곧 그 사람의 경쟁력이 된다.
2007년 마스다가 품은 질문은 지금 그대로 다시 쓸 수 있다. 인터넷 자리에 AI를 넣으면 된다.
"AI로도 할 수 있는 건 무엇이고, 그럼에도 사람이 직접 와서 경험해야만 하는 건 무엇인가? "
기획은 이 두 가지를 나누는 데서 시작한다.
2. 좋은 기획은 한 줄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나영석 PD는 프로그램의 의도를 명확한 한 줄로 뽑을 수 있느냐를 기획의 핵심으로 본다. 「삼시세끼」의 기획 한줄 요약은 "도시 사람들이 시골에서 휴가를 보내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그는 곧바로 덧붙인다. 그 한 줄은 콘텐츠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회의실에서 뽑아낼 수 있다고. 정말 어려운 건 처음 뽑은 그 한 줄을 실행 단계까지 훼손하지 않고 끌고 가는 일이라는 것이다. 위험을 줄이려고 이것저것 타협하다 보면 처음의 목적은 어느새 흐려진다.
그가 꼽는 좋은 프로그램의 조건은 세 가지다. 새로울 것, 재미있을 것, 의미 있을 것. 그중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새로움이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출연자를 가장 먼저 챙긴다. 출연자가 촬영을 마치고 행복해하며 집에 가면 그 프로그램은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후배들에게 매일 말한다고 했다.
이러한 기획의 한 줄을 잘 뽑으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될까 ? 바로 질문부터 잘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TBWA 하쿠호도의 호소다 다카히로 CCO는 질문을 하나의 틀이라고 부른다. 모든 답은 그 틀 안에서 나오니, 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그가 권하는 방법은 명사형 질문을 동사형으로 바꾸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스쿨버스'를 만들자고 하면 평범한 답이 나온다. '새로운 통학 방법'을 물었더니 로켓과 새, 이동하는 놀이터까지 나왔다. 명사는 고정관념을 만들기 쉽고, 동사는 사람이 겪는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의 광고인 묘엔 스구루가 기획한 전시 「너무 착하잖아 전」도 그 한 줄이 분명한 기획이었다. 평소 주목받지 못하던 일상 속 착한 사람들을 모아 보여 준다는 것이다. 2023년 도쿄 시부야에서 열린 이 전시에는 27만 명이 찾았다. 혼자 왔던 관람객은 "이거 완전 내 친구인데?" 하며 얼마 뒤 친구와 가족을 데리고 다시 왔다. 그는 지금은 메시지가 아니라 즐거운 모습이 사람을 움직이는 시대라고 말한다.
광고인 박웅현은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향에서 말한다. 그는 광고인을 작가가 아니라 의사라고 정의한다. 기업의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사람이고, 광고는 그 생각을 태워 보내는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2009년 한 건설사의 카피 "진심이 짓는다"를 만들 때 그는 CEO부터 임직원까지 20여 명을 한 사람당 한 시간 넘게 인터뷰했다. 그렇게 6개월을 들여 그 회사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아냈다. 업의 정의를 '광고 제작'에서 '문제 해결'로 바꾸자 그의 일은 카피에서 브랜드 컨설팅으로, 다시 조직문화 컨설팅으로 넓어졌다. 그가 있던 TBWA는 2016년 경쟁 PT에서 20전 20패를 기록할 만큼 깊은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그가 강조하는 문장은 이렇다. "대담해지지 않으면 집으로 가라. 안전한 것보다 미안해하는 게 낫다." 한 줄을 지키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펜타그램 파트너 폴라 셰어. "창의력은 문제 해결력"이라고 말한다. 사진: OnCreativity / CC BY 3.0 / Wikimedia Commons
펜타그램의 디자이너 폴라 셰어도 창의력을 기발함이 아니라 문제 해결력이라고 부른다. 그가 씨티은행 로고의 첫 스케치를 그리는 데는 5분이 걸렸다. 냅킨에 그린 그 스케치가 실제 로고가 되기까지는 2년이 걸렸고, 그 로고는 25년째 쓰이고 있다. 5분은 영감의 시간이었고, 2년은 그 한 획을 지켜 낸 시간이었다. 나영석이 말한 "한 줄을 끝까지 끌고 가는 힘"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뉴욕 애스터 플레이스에서 퍼블릭 시어터의 야외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 폴라 셰어는 1994년부터 이 극단의 로고와 포스터를 맡아 왔다. 사진: Joe Mabel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폴라 셰어의 작업에는 거창한 해석이 별로 없다. 2020년 7월, 팬데믹 속에서 뉴욕 하이라인 공원이 다시 문을 열 때 그는 바닥에 형광 녹색 원 1000개를 2m 간격으로 붙였다. 거리를 두라는 안내문을 쓰는 대신 사람들이 저절로 거리를 두게 만든 것이다.

뉴욕 하이라인 파크(2013년 촬영). 2020년 재개장 때 폴라 셰어는 이곳 바닥에 거리두기용 녹색 원 1000개를 배치했다. 사진: King of Hearts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이제 많은 일이 AI에게 지시하는 프롬프트 한 줄로부터 시작한다. 그 한 줄이 흐리면 결과물도 흐리다. 프롬프트를 잘 쓰는 기술보다 먼저 필요한 건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를 한 줄로 말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결과물이 수십 개씩 쏟아질 때 처음의 한 줄을 기준으로 버릴 것을 버리는 능력이다.
3. AI가 만드는 양이 늘수록 고르는 사람의 몫이 커진다
콘텐츠와 커머스 현장의 8인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좋은 것을 고르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23년 차 에디터 최혜진은 편집력을 이렇게 정의한다.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좋은 것을 골라 자신만의 관점으로 엮어 내는 힘. 그리고 그 힘이 AI 시대에 더 중요해지는 이유를 짧게 말한다. AI에는 관점이나 입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편집은 고르는 일만이 아니다. 무엇을 고르지 않을지도 정해야 한다. 2014년부터 편집숍 슬로우스테디클럽을 운영해 온 원덕현 대표는 유행하는 로고 티셔츠를 매장에 들이지 않는다. 그의 말을 빌리면, 고르는 건 취향을 보여 주지만 고르지 않는 건 기준을 보여 준다.
같은 재료를 다르게 엮는 것도 편집이다. 포인트오브뷰의 김재원 대표는 같은 걸 보고도 다르게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을 편집력이라고 부른다. 그는 누구나 아는 헬로키티에 '크리에이터'라는 새 페르소나를 입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었다. 「72시간 소개팅」의 임승원 PD는 로맨틱한 장면에 엄정화의 「초대」를 깔아 분위기를 비틀었다. 29CM HOME의 정보라 MD는 입점 브랜드마다 2시간씩 인터뷰를 하며 기획자의 삶과 브랜드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한다.
고르는 기준이 결국 브랜드 뒤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모수의 안성재 셰프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세상에는 재료가 너무 많고, 받은 영감을 다 표현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는 창의성이 무한한 자유가 아니라 제약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손님에게 정말 전하고 싶은 것 하나를 기준으로 잡고, 그걸 살리기 위해 무엇을 덜어낼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간 디자이너 양태오는 이를 한국적 미니멀리즘인 '무미(無美)'로 설명한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 내 본질과 단순함을 찾는 태도다. 일본 패션 브랜드 그라프페이퍼의 디렉터 미나미 타카유키는 한발 더 나아가, 옷의 디자인은 20세기에 이미 완성됐고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은 디자인보다 편집에 가까운 감각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일본 1호 북 큐레이터로 불리는 하바 요시타카는 이 차이를 '진열'과 '큐레이션'으로 구분한다. 책을 단순히 배치하면 진열이다. 큐레이션은 독자에게 어떤 신호를 보낼지 기획하는 일이다. 2003년 츠타야 롯폰기점 작업에 참여했을 때 그는 베스트셀러 순서 대신 여행, 음식, 디자인, 아트라는 네 개의 키워드로 책을 다시 놓았다. 한 자동차 박물관에서는 롤스로이스 사진집 옆에 만화 『치비마루코짱』을 꽂았다. 도서 분류 규칙으로 보면 틀린 배치지만, 사람들은 그 의외성 때문에 걸음을 멈췄다.

오사카의 '나카노시마 어린이 책의 숲'. 안도 다다오가 설계해 기증했고, 하바 요시타카가 책 배치를 맡았다. 사진: KishujiRapid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2020년 문을 연 오사카의 나카노시마 어린이 책의 숲에서 그는 책을 12개 주제로 나누고, 주제마다 빛과 바닥과 의자를 다르게 설계했다. 철학과 심리학 책이 있는 자리에는 8mm 두께의 폭신한 카펫과 등받이가 낮은 의자를 놓았다. 그는 AI 시대 큐레이터의 자리를 이렇게 정리한다.
"데이터를 토대로 책을 고르는 건 AI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치 상담하듯 독자에게 한 권의 책을 정중하게 건네는 건 AI가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유튜브 채널 '더 퍼스트 테이크'를 기획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미즈 케이스케는 기획의 첫 번째 원칙으로 '걷어내기'를 꼽는다. 빼도 문제가 없다면 애초에 필요 없었던 것이라는 기준이다. 그는 디자인을 독자의 시선이 머무는 순서를 만드는 일, 철저히 편집적인 사고라고 설명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AI는 선택지를 무한히 늘려 준다. 그러면 선택하는 사람의 관점, 빼는 사람의 기준, 건네는 사람의 정중함이 결과물의 차이를 만든다. 생산의 병목이 사라진 자리에 선택의 병목이 생긴 것이다. 하바 요시타카가 책을 '사람'에 비유하며 필터를 걸면 좋아하는 생각만 보이는 SNS와는 다르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알고리즘은 내가 이미 좋아하는 것을 더 보여 주고, 좋은 편집자는 내가 아직 모르는 좋은 것을 건넨다.
4. 고객에게 직접 이유를 물으면 틀린 답을 듣기 쉽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제럴드 잘트만은 40년 넘게 30여 개국에서 소비자를 인터뷰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사람은 자기 마음도 모릅니다. 내 마음조차 모르니, AI에게 질문해도 소용이 없는 거예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생각의 95%는 무의식에서 일어나고, 우리가 인지하는 건 5% 정도다. 설문조사가 건드리는 것도 그 5%뿐이다. 소비자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말과 실제 의미 사이에 간극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묻는 법보다 꺼내는 법을 연구했다. 사람들은 어느 문화권에서나 1분에 6개 정도의 은유를 쓴다. 그가 만든 ZMET 기법은 일상 언어 속 은유를 모으고, 공통점을 묶고, 그 아래에 깔린 깊은 은유를 해석하는 방식이다.

잘트만은 자신의 책에서 '모른다'는 인정이 참신한 생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돌릴 때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만화경에 비유했다. 사진: Albarubescens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덴마크 보청기 회사 오티콘의 사례가 이 방식을 잘 보여 준다. 2000년대 초, 청력이 손상된 사람의 약 80%가 의사가 권해도 보청기를 사지 않았다. 설문조사를 하면 돌아오는 답은 늘 비싸다, 불편하다였다. 그런데 청력이 떨어진 사람들을 한 사람씩 만나 보니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보청기'라는 이름 자체가 허약함을 떠올리게 했던 것이다. 젊은 사람은 장애가 있어 보일까 봐, 나이 든 사람은 늙어 보일까 봐 꺼렸다. 오티콘은 제품을 '개인용 청각기기'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생김새도 이어폰처럼 바꿔 2006년 12가지 색상의 '델타'를 내놨다. 델타 구매자의 73%가 생애 처음 보청기를 산 사람이었다. 업계 평균은 39%였다.

출처:오티콘 델타 구매자 중 생애 첫 보청기 구매자 비중. 롱블랙 「제럴드 잘트만」 노트의 수치를 필자가 시각화했다.
잘트만은 "나는 소비자를 안다"에서 출발하는 사고를 '대리 사고'라고 부르며 경계한다. 알고 있다고 믿는 순간 다음 질문은 "무엇을 해야 하지"로 넘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이 AI에게 뻔한 답을 구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AI에게 고객 페르소나를 만들어 달라고 하고 그 결과를 고객 이해로 착각하는 일이 요즘 회의실에서 자주 벌어진다. 잘트만의 기준으로 보면 그건 고객을 이해한 게 아니라 고객에 대한 평균적인 추측을 받아 본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생각은 어디서 나오는가.
잘트만은 놀이하듯 가벼운 헛소리를 꺼낼 수 있는 조직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말한다. 천문학자 로저 엔젤은 바닷가재 눈의 구조에서 망원경의 아이디어를 얻었고, 그 원리를 쓴 우주망원경 '아인슈타인 프로브'가 2024년 1월 발사됐다. 이런 발상이 나오려면 리더가 권위를 내려놓고 한 명의 참가자로 앉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현대자동차그룹 UX스튜디오 서울의 사례는 이 문제를 현장에서 푼 방식이다. 예전에는 고객을 리서치하려면 경기도 화성의 남양연구소까지 왕복 두 시간을 오가야 했고, 행정 절차에만 한 달이 걸렸다. 2025년 7월 강남대로 사옥 1, 2층에 스튜디오를 연 뒤로는 평일 하루 150명, 주말 200명이 찾아온다. 2026년 7월 기준 '리서치 크루'로 등록한 고객은 약 2000명이다.
이 스튜디오와 함께 일한 작가 조승연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UX가 대화이고, 그중 최악의 UX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이라고 말한다. "왜 이걸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사람은 그럴듯한 이유를 지어낸다. 대신 어떤 삶을 동경하는지, 누구를 부러워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그의 말대로 로망은 욕망을 결정하고, 욕망은 행동을 결정한다.
말보다 몸이 더 정확할 때도 있다. 이 스튜디오는 시선 추적기 같은 장비로 운전자의 눈동자와 고개 움직임까지 측정한다. 연구원들은 운전자들이 에어컨 오토 기능을 잘 쓰지 않는 이유를 오래 찾지 못했는데, 관찰해 보니 원인은 버튼 위치였다. 오토 버튼이 풍량 버튼 바로 옆에 있어서, 손이 무심코 풍량 버튼으로 가면 오토가 풀렸던 것이다. "에어컨 오토를 왜 안 쓰세요?"라고 물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답이었다. 이 관찰은 더 뉴 그랜저의 화면 구성에 반영됐다. 이것이 질문이 가진 힘이다.

모로코 아틀라스산맥. 영국 여행사 블랙토마토의 '길 잃기 여행'은 산과 사막, 극지 같은 낯선 곳에 여행자를 내려놓는다. 사진: Kaur Virunurm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영국의 맞춤 여행사 블랙토마토는 아예 질문을 바꿨다. 고객에게 어디에 가고 싶은지 묻지 않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싶은지 묻는다. 2025년 2월에는 목적지 대신 만족, 재충전, 자유, 혼란, 도전 같은 감정 카드로 여행을 고르는 플랫폼 '감정의 추구'를 열었다. 공동창업자 톰 마찬트는 중요한 건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듣고 그 욕망의 이유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조승연은 이 관점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고객은 주인공이고, 제품은 소품이며, UX는 무대 연출이다.
풍요로운 사회에서 필요 이상으로 갖고 있는 물건은 '내 인생'이라는 무대를 꾸미는 소품이고, 소품이 돋보이려면 조명과 분위기 같은 연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가운데 파란 줄이 들어간 치약을 예로 든다. 그 줄에는 별다른 기능이 없지만 사람들은 파란 줄이 있는 치약을 쓸 때 더 상쾌하다고 느낀다. 사람은 논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심리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 시그니엘 서울의 박세은 객실팀장은 요청받은 일만 잘해서는 손님이 말하지 않은 필요까지 알 수 없으니 '왜'를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조승연의 말과 부딪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고객에게 직접 이유를 캐묻지 말라는 것이고, 기획자 스스로는 끝까지 이유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질문은 고객이 아니라 기획자의 머릿속에서 계속돼야 한다.
5. 화면으로 하는 경험은 몸으로 하는 경험을 대신하지 못한다
미국기업연구소의 선임연구원 크리스틴 로젠은 1999년부터 기술이 기억과 관계, 주의력과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해 왔다. 그가 쓴 『경험의 멸종』은 한 장면에서 시작한다. 테라스에 무지개가 뜨자 거기 있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꺼냈다. 무지개 자체보다 화면 속 무지개가 더 중요해진 순간이었다.

2010년 11월 서울 지하철. 크리스틴 로젠은 기술이 도구를 넘어 사람의 시선 자체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진: Marc Smith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로젠은 철학자 로버트 노직의 '경험 기계' 사고실험을 다시 꺼낸다. 1974년 노직은 원하는 쾌락을 무엇이든 느끼게 해 주는 기계에 평생 연결되겠느냐고 물었고, 당시 사람들은 대체로 가짜 쾌락을 거부했다. 그런데 2018년 연구자들이 이 실험을 알약 형태로 바꿔 다시 묻자 응답자의 53%가 복용하겠다고 답했다. 로젠은 이 변화를 가치관이 뒤집힌 신호로 읽는다.

철학자 로버트 노직(1977년 잡지 표지). 1974년 '경험 기계' 사고실험을 제안했다. 사진: Libertarian Review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그가 인용하는 또 다른 연구도 있다. 1979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 대학생 약 1만 4000명을 분석한 결과, 2000년대 이후 대학생의 공감 능력이 1980~90년대보다 40% 낮아졌다는 것이다. 로젠은 디지털의 매끄러움에 익숙해질수록 사람들이 인내심을 잃는다고 본다. AI 챗봇도 비슷하다. 반대 의견 없이 듣고 싶은 말을 해 주는 상대는 사람이 자라는 데 필요한 마찰을 주지 못한다.
그는 이것을 '경험의 외주화'라고 부른다. 연애는 리얼리티쇼로, 요리는 셰프의 영상으로, 여행은 검증된 관광 코스로 대신 겪는다. 여정은 사라지고 관광만 남는다. 로젠의 결론은 분명하다.
예측할 수 없고 비효율적이며 실패할 수도 있는 것, 그것이 사람이 몸으로 겪는 경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는 기술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증거로 인스타그램에 '종료' 버튼이 없다는 점을 든다.
로젠 자신도 그렇게 산다. 그는 여행지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지도를 끄고 걷는다. 박물관이나 공연장이 보이면 후기를 보지 않고 곧장 들어가 본다. 맨몸으로 상대의 공격을 마주하는 무술 아이키도도 배운다. 예상치 못한 실수를 하고 괴로울 때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다움을 느낀다고 했다. 미리 짜인 관광을 따라가서는 나만의 판단력을 기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배움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AI에 답을 맡기면 답에 이르기까지의 고민이 생략된다고 말한다. 사람은 틀려야 고칠 수 있고, 고치는 과정에서 몸으로 배운다. 그는 '사과'를 안다는 게 단어의 정의를 아는 것이 아니라 맛과 향과 질감까지 아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경험과 연결되지 않은 지식은 기호 사이를 떠돌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홉 살의 장벽'이라는 말도 소개한다. 초등학교 3, 4학년 무렵부터 '먹이사슬' 같은 추상 어휘가 늘면서 공부가 갑자기 어려워지는데, 이 벽은 꾸준한 독서로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언어 구사력과 사고력은 오른발과 왼발처럼 서로를 받치며 함께 자란다.
기획의 재료는 결국 기획자가 직접 겪은 경험이다. 경험을 외주화한 기획자는 재료가 바닥난 상태로 AI에게 기획을 맡기게 된다. 그러면 AI는 다른 사람들이 이미 만든 평균값을 돌려준다. 고객의 경험을 설계하려면 먼저 기획자 자신이 화면 밖의 경험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
6. 손으로 만든 흔적을 일부러 남기는 회사들이 있다
시미즈 케이스케가 기획한 '더 퍼스트 테이크'는 2019년에 시작해 구독자 1170만 명을 모았다. 형식은 단순하다. 가수가 마이크 하나 앞에서 단 한 번에 노래한다. 촬영 중에는 스태프가 모두 나가고 카메라는 고정된다. 시미즈는 연기하지 않는 초상화를 찍고 싶었다고 말한다. 편의점 CCTV의 리얼리즘을 고화질로 끌어올린 것에 가깝다고도 했다.
이 채널의 매력은 손 떨림과 실수, 쑥스러운 표정에서 나온다. 그는 사람들이 완벽한 것보다 불완전한 것에 끌린다고 본다. 그리고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기획보다 느끼게 만드는 기획이 훨씬 어렵고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기획자는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다리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본다.
진심은 재촉한다고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비유도 들었다. 편의점 찹쌀떡으로 충분한 날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정말 사랑하는 건 장인이 시간과 마음을 담아 빚은 떡이다. 그는 조금 번거롭더라도 체온이 느껴지는 수제 찹쌀떡을 만드는 사람이고 싶다고 했다.
영국 브리스톨의 아드만 애니메이션은 이 태도를 50년 넘게 지켜 온 회사다. 1972년에 문을 열었고, 53년 동안 장편 애니메이션을 10편만 만들었다. 이들은 점토 인형에 남은 애니메이터의 지문을 일부러 지우지 않는다. 공동창업자 피터 로드는 영화가 너무 매끄러우면 관객이 손으로 작업한 섬세함을 잊는다고 말한다.

영국 브리스톨의 아드만 애니메이션 사옥. 1972년 창업 이후 장편 10편을 만들었다. 사진: The wub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그로밋이라는 캐릭터도 제약에서 나왔다. 그로밋은 원래 고양이였다. 점토로 수염을 표현하기 어려워 강아지로 바꿨고, 입을 움직이는 것도 어려워 아예 입을 없앴다. 그 결과 그로밋은 눈과 귀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캐릭터가 됐다. 아드만의 애니메이터들은 모든 표정이 점토 인형의 눈과 입 사이, 딱 1인치(약 2.5cm) 안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영화 1초에는 사진 12장이 들어가고, 애니메이터 한 명이 하루에 만드는 분량은 평균 2초 안팎이다. 80분짜리 장편 하나를 만들려면 캐릭터의 눈을 600개, 입을 200개 넘게 빚는다. 2000년 개봉한 「치킨 런」은 84분짜리 영화를 만드는 데 180명이 18개월을 썼다. 2025년 공개된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는 애니메이터 32명이 5년 동안 일주일에 2분 분량씩 만들었다. 이 작품은 영국 아카데미(BAFTA)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브리스톨 M 셰드 앞에 놓인 그로밋 조형물. 그로밋은 입 없이 눈과 귀로만 감정을 표현한다. 사진: Neil Owen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흥미로운 건 아드만이 이 비효율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8년부터 제작 과정 영상을 420개 넘게 공개했다. 2023년 「치킨 런: 너겟의 새벽」 비하인드 쇼츠는 조회수 1567만 회를 기록했다. 버튼 한 번에 결과물이 나오는 시대에 애쓰는 과정 자체가 콘텐츠가 된 것이다.
호텔 기획자 류자키 쇼코는 같은 생각을 공간에 적용한다. 1996년생인 그는 열아홉 살에 홋카이도 후라노의 펜션을 인수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호텔의 기준은 '행복한 불일치'다. 기대와 다른 의외의 경험을 말한다. 2017년 문을 연 호텔 쉬 오사카에는 모든 객실에 레코드 플레이어를 놓았다. 그는 이질적인 물건 하나가 일상에 작은 바람구멍을 낸다고 표현한다.

홋카이도 후라노. 류자키 쇼코는 열아홉 살에 이곳의 펜션을 인수하며 호텔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 Chi King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2021년 가나자와에 연 호텔 고린쿄를 기획할 때 그는 호텔이 들어설 동네 '고린보'의 이름 유래부터 조사했다. 1500년대 전란기에 이곳에 머물며 약재상에게 묘약 제조법을 전수받은 승려 고린보의 이야기에서 '처방'이라는 키워드를 얻었다. 그리고 '고린(香林)'이 숲의 향이라는 뜻이라는 데 착안해, 근처 숲의 나무와 꽃을 증류하는 공간을 호텔 입구에 만들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손님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설명은 손님에게 잡음으로 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20년부터는 3시간 30분짜리 숙박형 연극을 열어 14개 작품을 500회 넘게 공연했다. 2021년에는 일본 최초의 산후 케어 리조트 '호텔 카후네'를 열었다. 일본에서는 산후 회복이 여성 개인의 몫인 편이라는 문제에서 출발한 기획이다. 팬데믹으로 비어 있던 도심 호텔의 객실 8개에 조산사와 보육사를 두고 24시간 육아와 산모 돌봄을 제공한다. 그는 언젠가 자신도 아이를 낳으면 같은 문제를 겪을 수 있기에, 자기부터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싶은 대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가나자와의 히가시차야 거리. 류자키 쇼코는 2021년 가나자와에 호텔 고린쿄를 열었다. 사진: Raita Futo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블랙토마토의 '길 잃기 여행'도 같은 계열이다. 여행자는 목적지를 모른 채 산이나 사막, 극지에 내려져 3일 동안 길을 찾는다. 가격은 1만 3000달러, 약 1800만 원이다. 사람들은 가장 편한 경험이 아니라 가장 생생한 경험에 돈을 낸다. AI가 매끄러움을 공짜로 만들수록 매끄럽지 않은 경험은 오히려 귀해진다.
7. AI를 먼저 도입한 기업들이 다시 사람을 뽑고 있다
스웨덴의 핀테크 기업 클라나는 2024년 AI 상담원이 상담원 700명분의 일을 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듬해 사람 상담원을 다시 늘렸다. 서비스 품질이 떨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6년 4월 스타벅스는 지난 1년 반 동안 매장 인력과 스케줄링, 서비스 개선에 5억 달러 넘게 투자했다고 밝혔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 200만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환대 교육 '메이크 잇 골든'을 시작했다. 미국 은행 PNC는 약 20억 달러를 들여 2030년까지 지점 300곳 이상을 새로 열 계획이다. 2026년 9월 10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흐름을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들의 대전환, 다시 사람에게로'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런 현상을 'AI 부메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026년 2월 리츠칼튼 공동창업자 호르스트 슐츠와 고객 경험 전문가 마이카 솔로몬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딥 호스피탈리티'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AI가 서비스를 많이 맡을수록 사람의 판단이 차별화의 핵심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환대란 무엇인가. 호텔, 카페, 병원, 금융의 현장에서 일하는 네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호텔에서는 대접받는 느낌, 카페에서는 반겨 주는 분위기, 병원에서는 존중, 금융에서는 전문성이라는 답이 나왔다. 표현은 달라도 공통분모는 하나였다.
상대가 나를 위해 마음을 쓰고 있다는 감각이다.
서울 마포구 신수동 주택가 골목의 브런치 카페 '환대커피워크'는 이 감각을 작은 규모로 보여 준다. 리뷰가 500여 개 쌓인 지금도 평점이 4.92점이다. 한빈 공동대표는 아무리 바빠도 들어오고 나가는 손님에게 인사하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주방과 홀의 경계를 없애고 계산대 테이블을 손님과 함께 쓰는 셰어 테이블로 만들었다. 가까이에서 손님의 표정과 몸짓을 살피기 위해서다. 음료를 다 마신 손님에게 물을 따라 주며 음식은 괜찮았는지 묻는 '물 타임'은 아예 매뉴얼로 만들어 두었다. 환대도 기획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교토의 한 호텔 컨시어지 데스크. 환대 현장의 사람들은 손님의 취향을 기억하되 매번 다시 확인하라고 말한다. 사진: J o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2025년 한국 호텔 최초로 미쉐린 2키를 받은 시그니엘 서울의 박세은 객실팀장은 '긍정적 관찰력'을 강조한다. "이런 손님은 이걸 좋아하겠지"라는 패턴화된 판단이 오히려 함정이라는 것이다. 손님의 취향을 기억하더라도 매번 다시 확인해야 한다. 취향은 생각보다 빨리 바뀐다. 이 말은 AI 추천 시스템이 흔히 빠지는 함정과 정확히 겹친다. 과거 데이터로 만든 패턴은 오늘의 손님을 놓치기 쉽다.

시그니엘 서울이 있는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서울은 2025년 한국 호텔 최초로 미쉐린 2키를 받았다. 사진: Ox1997cow / CC BY 3.0 / Wikimedia Commons
의료서비스디자이너인 사이픽스의 이경미 대표는 병원에서 환대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환자에게 가장 힘든 건 기다림 자체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정보를 주는 것이 곧 환대다. 또 하나는 선택지를 주는 것이다. 병원에서 사람은 가장 약해지는데, 그 순간에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남아 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것이 환대라고 그는 말한다.
홍성태 한양대 명예교수는 불안을 이 시대의 감정으로 꼽았다. 변화에 대한 불안, 소외당하는 것에 대한 불안, 유행에 뒤처지는 것에 대한 불안이다. 그는 성공한 많은 비즈니스가 이런 불안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돈을 번다고 말한다. 마음을 움직이려면 불안을 건드리고, 공감하고, 해결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의 환대와 같은 이야기다. 사람의 불안을 알아채고 덜어 주는 일은 경험 설계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다.
AI 시대의 경험 설계는 AI를 쓰느냐 마느냐를 고르는 일이 아니다. AI가 처리할 영역과 사람이 마음을 써야 할 영역을 나누고, 그 경계를 고객이 느끼는 순간에 맞춰 설계하는 일이다. 대기 상황을 알려 주는 일은 시스템이 더 잘할 수 있다. 하지만 불안한 사람에게 지금 무엇을 고를 수 있는지 말해 주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8. AI를 단순히 이용하는 사람과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은 결과가 다르다
2016년 3월, 이세돌은 알파고와 다섯 판을 뒀다. 그는 제4국에서 백 78수로 유일한 1승을 거뒀다. 구글 딥마인드는 사람이 그 수를 둘 확률을 약 1만분의 1로 분석했다. 그런데 정작 이세돌은 그 대국 이후 "내가 알던 예술로서의 바둑은 끝났다"고 말했고, 3년 뒤인 2019년 은퇴했다.

2016년 5월의 이세돌. 같은 해 3월 알파고와의 다섯 판 중 제4국에서 이겼다. 사진: LG Electronics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그가 내린 결론은 냉정하다. 데이터와 감각이 싸우면 데이터가 압승한다. 2017년 알파고가 두었던 '3·3 침입'은 바둑계에서 오랫동안 피하던 수였다. 그 수가 창의적으로 보인 건 알파고가 고정관념 없이 효율만 따졌기 때문이라고 그는 본다. 사람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막고 있었는지 보여 준 장면이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제4국 기보. 이 대국은 다섯 판 가운데 이세돌이 이긴 유일한 판이다. 그림: Wesalius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그렇다고 그가 AI 앞에서 사람의 자리가 없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는 바둑을 결국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너무 빨리 만들면 세계가 좁아지고, 너무 넓히면 감당하지 못한다. 승패는 데이터가 가르지만 어떤 세계를 만들지는 여전히 사람이 정한다. 그는 AI를 '이용'하는 것과 '활용'하는 것을 구분한다. 이용은 편하게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활용은 사람이 방향을 잡고 AI에서 창의적인 모티브를 뽑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내 한계가 곧 AI의 한계예요." AI와 나누는 대화는 질문과 지시일 뿐 진짜 대화가 아니니, 사고를 넓히려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의 타이틀 시퀀스로 2023년 에미상을 받은 영상 디자이너 김그륜도 같은 구분을 쓴다. 그는 중학생 때 펜 돌리기와 비트박스를 합친 영상으로 인기를 얻으며 잘하는 두 가지를 합칠 때 독보적인 가치가 생긴다는 걸 배웠다. 그는 앞으로 그저 아름다워 보이는 비주얼은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런 비주얼은 AI가 얼마든지 만들기 때문이다. 대신 예상하지 못한 것을 섞어서 만든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폴라 셰어는 AI를 피하지 않는다. 2024년 미국 연방정부 홈페이지를 리브랜딩할 때 미드저니로 아이콘 1500개 이상을 만들었다. 롱블랙 컨퍼런스에 선 브랜드 경험 디자이너 변사범은 AI로 사진 18만 장을 생성해 가며 디자인한 경험을 소개했다. 그래도 폴라 셰어의 결론은 한 문장이다. "도구에만 의존하는 건 최악입니다. 생각에 의존해야 합니다. 아이디어를 따르세요. 도구는 아이디어를 따라와요."
오하이오주립대 인지과학 교수 앵거스 플레처는 이 차이를 더 근본적인 수준에서 설명한다. AI는 최적화를 하고, 인간은 혁신을 한다. 데이터는 과거의 기록이고, 미래에 대한 데이터는 0이다.
그가 말하는 인간의 '고유지능'은 직관, 상상력, 감정, 상식이다. 직관은 규칙에서 벗어난 예외를 알아보는 힘이다. 그는 반 고흐의 1889년 자화상을 예로 든다. 당시 통념은 빨강과 초록의 대비였는데, 반 고흐는 옷을 청록으로, 수염을 빨강으로 칠했다. 감정에 대한 그의 설명도 흥미롭다. 그는 감정을 AI가 가질 수 없는 진단 신호로 본다. 분노는 플랜 B가 필요하다는 신호이고, 두려움은 아직 계획이 없다는 신호다. 상식은 지금 상황이 예전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알아차리는 능력이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AI는 수학적으로 변하지 않는 세계에 살기 때문에 이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1889년 자화상(오르세 미술관 소장). 앵거스 플레처는 이 그림을 규칙에서 벗어난 예외를 알아보는 직관의 사례로 든다. 그림: Vincent van Gogh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상상력도 마찬가지다. 플레처는 상상력을 현실에서 도망치는 능력이 아니라 중력 같은 제약을 인정한 채 가능성을 찾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스티브 워즈니악은 1975년 알테어 8800을 보고 1976년 애플 1을 완성했다. 데이터가 없는 곳에서 가능성을 본 것이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된 애플 1. 워즈니악은 1975년 알테어 8800을 본 뒤 이듬해 이 컴퓨터를 완성했다. 사진: Ed Uthman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AI가 잘하는 일과 기획자에게 남는 일은 대립하지 않는다. 앞의 일을 AI에게 맡길수록 뒤의 일을 해낼 시간이 생긴다. 다만 그 시간을 다시 AI에게 넘기면 사람에게는 남는 게 없다.

장표 4. 롱블랙 인터뷰이들의 답을 필자가 한 표로 요약했다.
9. 기획자의 감각은 어디서 길러지는가
마스다 무네아키는 감각을 이렇게 정의한다.
"감각이라는 건 결국 좋은 것을 고르는 것이거든요.
다양한 선택지를 경험해 본 사람이 '이것이 좋다'고 고르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고르는 것은 질이 전혀 다릅니다."
그는 어머니가 하고 싶은 걸 뭐든 하게 해 준 덕분에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늘 알았다고 말한다. 1960년대 유럽을 돌며 파리의 루이비통 매장에서 바퀴 없는 여행 가방을 보고 받은 충격도 그의 감각을 만든 경험 중 하나였다. 그는 누구에게나 재능이 있지만 경험을 하지 못해 정보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영국의 무대 디자이너 에스 데블린은 비욘세, U2, 아델의 무대와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 무대를 만들었다. 그는 자기 작업의 시작을 어린 시절 다닌 음악원의 복도로 기억한다. 서로 다른 연습실의 소리와 빛이 겹치던 곳이다. 그 뒤로 그는 건축과 조형, 빛과 음악처럼 서로 다른 것들의 사이에서 작업해 왔다고 말한다.

2016년 퓨처페스트에서 강연하는 에스 데블린. 그는 아이디어가 서로 다른 것들의 '사이'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사진: Nesta and Es Devlin / CC BY 3.0 / Wikimedia Commons
그는 무대를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디자인하는 일로 본다. 2022년 토니상을 받은 「리먼 트릴로지」에서는 배우 세 명과 회전하는 유리 상자 하나로 160여 년의 시간을 표현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에서는 고정된 세트 대신 움직임으로 무대를 채웠다.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 에스 데블린이 무대 디자인을 맡았다. 사진: Sarah & Austin Houghton-Bird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아이디어를 얻는 그의 방법은 두 가지다. 일주일에 책을 한 권 이상 읽는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기 20~30분 전, 반쯤 잠든 상태로 누워 있는 '사이의 시간'을 확보한다. 그는 매일 그 시간에 아이디어가 공짜로 찾아온다고 말한다. 또 아이디어는 나눌수록 더 많이 생겨난다고 했다. 협업에 대한 그의 생각도 같은 방향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찾으려면 자기 자신을 잃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타협(compromise)이라는 말을 무언가를 포기하는 뜻이 아니라 함께 약속하는 과정으로 다시 읽는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한번 입어 볼 만큼 열려 있어야 서로 다른 것들의 사이에서 새로운 것이 나온다는 뜻이다.
에디터 최혜진은 15년 동안 좋은 문장을 손으로 옮겨 적어 1100페이지 분량의 아카이브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아주 작은 판단을 수없이 반복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나중에 볼 거야"라며 저장하는 행동을 아카이브가 아니라 '사냥과 저장'이라고 부른다. 필요할 때 떠오르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매거진 〈B〉 발행인 조수용은 좋아한다는 것의 기준을 독특하게 정의한다. 보자마자 그냥 외워지는 것, 그리고 그 기억을 다시 설명하거나 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사람은 행사장까지 오는 길의 조명과 바닥재를 기억한다는 것이 그의 예시였다. '인터스텔라'로 2300만 조회수를 모은 김지수 작가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질문이 좋아야 한다는 건 착각이고, 중요한 건 궁금한 마음을 정중하고 천진난만하게 표현하는 자세라는 것이다. "요즘 기분이 어떠세요?" 같은 평범한 물음이 오히려 더 깊은 답을 끌어낸다.
박웅현은 '노풋'이라는 습관을 소개했다. 인풋도 아웃풋도 잠시 멈춰야 내 안의 생각이 들린다는 것이다. 한국 남성의 평균 식사 시간이 10분이라는데, 그는 밥을 20분에 걸쳐 먹는다. 그는 AI 시대에 필요한 것이 주관의 강화라고 적어 두었다. AI는 사고를 내도 트라우마가 남지 않는다. 그러니 사람은 오히려 감정과 감성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역발상이다.
광고인 묘엔 스구루는 덴츠 신입 시절 자기 업무가 아닌 회의까지 찾아다니며 PR과 디자인, 카피를 두루 익혔다. 그는 초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경험이 가장 소중했다고 회고한다. 그리고 일에 치이더라도 자기를 위한 기획을 미루지 말라고 권한다. 류자키 쇼코는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데 나만 느끼는 갈증이 있다면 그것이 나만 풀 수 있는 과제라고 말한다. 앵거스 플레처는 직관을 기르려면 남의 집에 가 보거나 지도 없이 낯선 동네를 걸어 보라고 권한다. 이세돌은 은퇴 후 의미 없는 경험은 하지 않겠다며 경찰, 변호사, 의사처럼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이들의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방향은 같다. 감각은 경험이 쌓인 결과다. 그리고 그 경험은 효율적으로 얻을 수 없다. 읽고, 걷고, 옮겨 적고, 멈추고, 엉뚱한 회의에 들어가 보는 비효율이 감각의 원료가 된다.
이미지 출처 (모두 Wikimedia Commons, 라이선스 표기 조건 준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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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kanyama T-SITE 2016-04-04.jpg, Jonathan Lin, CC BY-SA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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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bucks Coffee Shibuya Tsutaya (53332557007).jpg, Dick Thomas Johnson, CC B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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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a Scher interview OnCreativity.jpg, OnCreativity, CC BY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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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Theater Mobile Unit at Astor Square 04.jpg, Joe Mabel,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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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 Line New York August 2013.jpg, King of Hearts,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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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kanoshima Children`s Book Forest.jpg, KishujiRapid,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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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ational symmetries in designs produced by a kaleidoscopeDSCN2440.jpg, Albarubescens,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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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las mountains, Imlil, 2022 10 30.jpg, Kaur Virunurm,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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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ngaging with their phones on the Seoul Metro, Marc Smith, CC B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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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Nozick 1977 Libertarian Review cover (4x5 cropped).jpg, Libertarian Review, 퍼블릭 도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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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rdman offices, Bristol 2023-09-17.jpg, The wub,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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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mit outside M Shed, Neil Owen, CC BY-SA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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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vender, Furano (7662399108).jpg, Chi King, CC B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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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ashi Chaya District (50153812728).jpg, Raita Futo, CC B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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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Monterey Kyoto 1F concierge desk 20130201-001.jpg, J o,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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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te World Tower near Cheongdam Bridge.jpg, Ox1997cow, CC BY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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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Se-Dol - 2016 (cropped).jpg, LG Electronics, CC B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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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Sedol (B) vs AlphaGo (W) - Game 4.jpg, Wesalius,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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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 Self-Portrait - Google Art Project.jpg, 퍼블릭 도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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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I Computer.jpg, Ed Uthman, CC BY-SA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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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 Devlin at FutureFest in 2016.png, Nesta and Es Devlin, CC BY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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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don 2012 - Olympic Closing Ceremony 187.jpg, Sarah & Austin Houghton-Bird, CC B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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